미 대체교사에서 보안원으로의 이직
#들어가며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미국에서 직장 구하기는 곧 미국에서 살기이기도 하다. 이 직업의 세계는 사실 내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분야다. "누가, 과연, 생각이나 했을까? 내가 이쪽 계통의 일을 하게 될 줄?" 그런게 인생인가보다. 생각했던 대로 살아지고, 계획했던대로 이뤄지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 지금의 내 인생, 재미는 있는데 좀 피곤하다.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경험들을 어떻게든 글로 풀어내는 것이 또 다른 내 두 번째 직업임을 잊지말자.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분야
이 새로운 직장은 보안분야다. 계통이 그러하다보니 소소하고 세세한 모든 이야기들을 다 풀수는 없지만, 그래도 글로 기록하면 유익할것 같은 이야기는 잘 꾸며서 써 보고자 한다. 보안 관련한 훈련, 훈계를 많이 받는다. 우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겠다.
첫번째 사람 - "어딜가든 나는 총을 소지하고 다닙니다."
뭐라고? 나는 저 말을 듣고 믿겨지지가 않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삼십년 가까이 산 나로서는 총기의 치읏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다. 이게 나였다. 그랬는데 보안 직업의 세계에 들어오니 오리엔테이션중 우리의 화제가 이쪽으로 넘어왔다. 미국에서의 총기소지 문제. 학교에서도 일어나고, 라스베가스같은 유흥지에서도 일어났다. 그렇다. 이런면에서 생각해 보면 미국은 참 무서운 나라다. 나와 함께 오리엔테이션 중인 그는 자기 방어 차원에서 정말로 '어딜가든지 총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주차장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주차장에 새워둔 자신의 차 안에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니...... '정말로 미국은 새로운 세계고 그만큼 이런 환경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텍사스의 경우 총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또 보안 차원에서 미국 학교에서 교사들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한 경찰관이 남의 집에 들어갔는데, 그 경찰관은 '내 집에 도둑이 들었다' 라고 스스로 착각을 해서, 멀쩡한 집주인을 총으로 쐈다. 긴 생각과 토론을 요구하는 주제다. 그러나 사실 나는 '어딜가든 총을 가지고 다닌다'는 그 말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와, 미국이 이런 곳이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두번째 사람 - "이 일을 하게 된 동기가 뭐야?What is your motivation?"
나와 함께 훈련을 받는 사람들은 총 9명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 명이 첫째날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안하겠다'고 통지를 했다. 나는 '그래도 경험이니 한번 해 볼때까지 해 봐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다. 또한 남편의 조언대로 '뭐든지 처음은 힘들지'가 도움이 된다. 또한 이 직업은 공무원이다. 그 세 글자를 믿고 지원을 했다.
남은 7명 중에서 넌네이티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은 나뿐이며, 4명은 20대 초반이다. 그래서 나는 뭐든지 모르면 받아적고 물어봤다. 처음에는 너무 나대는것 같고, '이건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래도 뭐든 초반에 자꾸 물어서 익혀야지 나중에는 더 물어보는게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직장생활에서 배웠다. 그래도 또 '불안해서 멍청한 질문을 하지는 말자'라고 마음을 다지기도 했다. 그렇게 오일이 지나갔다. 마지막 날은 현장에 갔다. 새벽 세시 반 출근. 머릿속에는 '체험 삶의 현장'이 자꾸 떠 오르면서 '진짜 이걸 매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그때가 새벽 4시를 향했다. 평소의 내 머리는 이 시각이면 캄캄한 수면의 세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야 하는데, 갑자기 눈부실정도로 환한 방에 들어온 기분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웅성웅성거리고, 한마디로 혼란과 혼돈 그 자체다. 그래도 또 시간이 지나갔다. 다른 것을 다 차치하고 그저 8시간을 거의 서 있고, 총총 걸어다니고, 움직이고 하는 동작이 힘들었다. 그렇다. '저질체력'이다. 허리도 뻐근하고 다리도 부서질것 같다. 쉬는 시간 십오분이 생겼다. 나의 동료인 A와 수다를 떠는 시간은 그나마 휴식같다. 그녀와 대화를 했다.
스물 한 살인 그녀는 간호사 바로 직전의 직업을 갖고 있다. 그녀 말로는 '정식 간호사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무살이면 피부자체만으로도 이쁠것 같은데, 엄청 일찍일어났는지 풀 메이크업을 해서 얼굴이 더욱 뽀얗게 빛이 났다. 눈은 살짝 스모키 메이크업을 해서 원래도 큰 눈이 더 커 보였고, 길고 긴 고동색 빛깔 머리카락은 허리 중간까지 닿았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난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걸? 난 최근 거의 이 년동안 오후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열 두시간 동안 서서 일해서, 이건 쉬워! 난 지금 오리엔테이션 받는 이 일 끝나면 이 일을 시작하고, 또 간호사 일도 버리지 않을거야!"
뭐, 뭐, 뭐라고? 두 개의 일을 할거라고?!!!! 그녀의 체력상 투잡이 가능할것 같다.
"What is your motivation? 동기가 뭐야? 아니, 어떻게 투잡을 할 생각을 하지? 안 피곤해?!!!!!!"
"I want to buy a car and a house. I want a range rover. House is expensive! 난 꼭 차와 집을 사고 말거야. 레인지 로버 살거라고. 집은 얼마나 비싸게!"
와..... 그녀와 나의 대화도 흥미로웠다. 하루 8시간 서 있는것을 못해서 절절매는 나같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녀는 기계같다. 정말로 다리가 안아파 보였다. 그리고 정말로 그녀는 멀지 않은 미래에 레인지 로버 (거의 한국돈으로 오천만원-육천만원하지 않나 싶다.) 와 집을 살 것 같다. 그런 그녀가 내게 반격을 한다. 그럼 너는 뭔데?
"Then what is your motivation?"그럼 너의 동기,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뭐야?
흠. 그거 좋은 질문이다.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니 말이다. 안정성Stability이라고 나는 멋들어지게 말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안정성이 돈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사실 '내 집과 내 차'만한 안정성이 또 어디 있겠냐? 다만 이전에 했던 초등학교에서의 대체교사도 돈을 받는 일이고 이 일은 보안원인데 공무원직이라는 점 말고는 차이가 없다.
#나오며
일단은 성공이다. 첫 일주일을 무사히 마쳤고, 다시 내일부터 두번째 주로 들어간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다시 새벽 세시 반부터 정오까지 일을 할 것이다. 설마 다리가 부서지기야 하겠나. 그렇게 다음주만 버티면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겠지. 요즘 내 머릿속에 자주 들어오는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그래,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지나가면 뭔가 다시 돌아오고, 그런게 인생이겠지. 그러니 다시 카르페 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