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고임, 욕심
누군가는 나의 일상을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끄적여 본다. 사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해도 내 본연의 일은 쓰는 일이다. 누구도 내게 그렇게 하라고 하진 않았지만 이건 내가 내 스스로에게 주문하는 말이다.
#침묵
한동안 쓰지 못했다. 일기를 쓰긴 했으나 바로 공개할 것은 못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나, 최근에는 그 여유가 사라진 느낌이다. 몸과 마음이 정신이 없다보니 제정신으로 글을 쓸 마음이 없었다. 몸은 일과 관련해서 여기 저기 움직였고, 마음 한 구석은 또 다시 조금씩 꿈틀대는 욕심으로 힘들었다. '될대로 되라지! 에헤라 디여~!!!' 와 같은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고임
최근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글로 풀지도 못하다보니 뭔가 마음 속에서 생각과 경험들이 뒤죽박죽으로 얽히는 기분이다. 이를 '고인다'라고 표현하면 될려나......
#요가원 바닥에 누워
올해로 처음 맞이한 워싱턴 주의 겨울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하다. 어제만해도 하루 온 종일 비가 내렸다. 폭우도 아니고 장마도 아니다. 그냥 주루룩 주루룩 회색빛 하늘 아래로 빗물이 계속 떨어졌다. 앞으로 일 주일간의 예보를 보니 계속 그러할 듯 싶다. 이런 날 내 몸에 적격인 운동은 평소에도 하는 핫요가다. 특히나 요즘같은 우중충한 날씨에 적합하다. 미국에 살면서 구들장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바닥을 접하는 곳은 유일하게도 핫요가원 바닥이다. 한국에 살때엔 분명히 바닥이 따듯했다. 미국에선 (다 그런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바닥이 따듯해 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식 난방은 공기를 데피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에어컨 바람대신 뜨거운 바람이 벽에서 퐈아! 하고 나온다. 그래서 차라리 조금 차갑게 하고 자는 것이 낫다. 그렇지 않으면 더운 공기 때문에 목이 바싹 바싹 마른다.
구들장 같은 바닥의 따듯한 열기를 느끼고자 요가원 바닥에 바로 누웠다. 요가 매트 바로 옆에 말이다.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그렇게 바닥에 누워 있으니 평소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녹는 기분이다. 그리고 또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사실 눈물을 흘릴 이유도 사연도 없다. 다만 그럴 때는 마치 바닥에 누워 있는 나를, 또 다른 내가 보고 있는 기분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조금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
욕심. 더 나아지고 싶고, 더 멋져 보이고 싶은 욕심은 나 스스로를 들볶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답없는 질문을 자꾸 이쑤시개로 찌르듯 하고 또 한다. 욕심은 내게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혹은 내 눈물은 이민 한인에게서 어쩌면 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그렇게 잘 나간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내가 겪거나 부닥치는 상황들은 한국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도박꾼의 마음처럼 '이번 일만 잘되면......' 하는 욕심이 앞선다. 이번 일만 잘되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할거야. 그런데 사실 그런 건 없다. 인생은 그냥 허들이고, 크고 작은 이 허들을 조심스럽게 잘 넘어가면 된다. 그리고 내게한 스스로의 약속은 인생의 고비마다 겪는 이 허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 허들을 대하는 내 마음과 태도에 대하여 적어볼 것. 이렇게 단순한 것인데, 이 욕심이란 장난 꾸러기가 들어와 단순함을 복잡하게 헝클어트린다. 어쨌거나 요가원의 뜨듯한 바닥은 내게 이런 성찰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