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에세이
영문모를 감정에 기분이 저조해지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아니 써야만 할 것 같다.
'여유=허송세월'이라는 등식을 '1+1=2'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살아왔기에, 늘 손이 바빠야 한다는 혹은 무엇이든 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다. 그러나 소리를 쥐어짜지만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는 벙어리마냥 내 존재는 어떤 흐름도 만들어 낼 수 없다. 무력감에 세계가 무너지려 하면 가까스로 책을 부여잡고 게걸스럽게 읽어댄다. 싸구려 회전 초밥집에서의 식사처럼 마구 때려 넣는다. 딱히 즐겁지도 의미 있지도 않다. 그저 무언가를 하고 있으므로 존재의 타당성을 부여받았다라고 생각할 뿐이다.(하지만 누구에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는(아마도 나을 것이다) 시간일 뿐이다.
무언가를 했지만 수확할 것이 없는 찌꺼기같은 하루들이 쌓여 간다. 감각이 무뎌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정녕 이런 것뿐입니까. 그렇다면 하루빨리 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삶의 충만함은 찰나처럼 지나가고 이내 다시 무력해지는 것은 두 존재가 밤과 새벽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가. 수많은 관계 속에서도 고독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인간은 어쩌면 영원히 무력감을 피해 갈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잠시 키득하고 웃어버린 순간이 있었다는 것. 그리하여 이런 찌꺼기 같은 하루도 모이다 보면 저들끼리 서로 통하는 것이 있어 어느 순간 긴요하게 거름으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고로 오늘의 찌꺼기 하루를 또 한켠으로 밀어내 쌓아보려합니다. 어찌저찌 이렇게 능구렁이처럼 글을 끝내버리고마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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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글귀 * 어메
사진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