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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Jul 23. 2020

오늘의 기분이 날씨에 동기화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당신의 기분은 안녕하신가요?


비가 내린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시원하게 내리는 장대비를 보니 장마는 장마이구나 싶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해가 나지 않는 날은 평소 에너지의 절반으로 생활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최적화 상태를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다. 올해 장마철도 역시나 저공비행 모드로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릴 적엔 비를 좋아해서 (특히 비 맞는 것을 좋아해서)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마냥 하루빨리 장마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후다닥 우비를 입고 집 밖을 나섰다. 그리고 큰 물 웅덩이를 찾아 찰박거리며 놀곤 했다. 비 오는 날 혼자만의 데이트. 뭐가 그리도 신났던 걸까.


그냥 비가 좋았다.

온 세상이 놀이터로 느껴졌다. 


비 오는 날의 놀이는 언제나 비를 맞는 것으로 끝이 났다.


챙겨 입은 우비와 장화를 벗어던지고,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았다.


빗방울이 토독토독 떨어지며 스며드는 것이 좋았다.


© Kristin Brown, 출처 Unsplash


그렇게 한바탕 놀고 집에 돌아가면 엄마는 화들짝 놀라 귀가 얼얼해질 만큼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러면서도 부리나케 수건을 가져와 늘 따스한 손길로 나를 닦아주셨다.


내 딸은 정말 못 말려하는 표정이, 옅은 미소와 함께 엄마의 얼굴에 머무를 때면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렇게 비를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비를 맞지 않게 되었다.


우비는 우산으로 바뀌고,

더 이상 장화를 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쌓인 어른이 되었다.


비 오는 날 무작정 밖에 나가 비를 맞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늘은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었다.


아쉽기보다는 집에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분도 비가 오는 날이어서 컨디션이 별로였던 걸까.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비를 맞으며 뛰어다니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문득 거리에 나가 비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생각만이 머릿속을 돌고 돌다 사라진다.


내일은 밖에 나가야 하니

비가 덜 내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빗소리 가득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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