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캘리그라피 브런치인데 창작활동에 게을렀다. 브런치 명을 바꿔야 하나란 고민을 하다 그러지 말고 생각난 김에 오늘 업데이트 하자란 결정을 내렸다.
삶이 공허하다던가 결핍이 느껴질 때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면 기분이 맑아진다. 타닥타닥, 고요하게 타고 있는 모닥불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캘리그라피 할 때의 즐거움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네. 오래간만에 책상을 어지럽히며 신나게 끄적였다.
잘하려 하지 말고 소소하게 즐기자.
그래, 그게 최고인 것 같다.
불안을 잠재우는 법
스스로에게 건네는 대화가 건강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엔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그렇구나- 지금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꼬여있구나.'라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신기한 것은 중립적인 태도로 스스로를 대하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더 이상 크게 자라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로를 받은 사람처럼 차분해진달까.
스스로의 결핍을 인정하니 되려 채워지는 기분이다. 어쩌면 이 단순한 인정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알고리즘을 갖고 살 것인가
유튜브 영상을 클릭할 때 잠시 멈칫하게 된다. 지금 이 비디오를 클릭하면 인공지능이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것에 어울리는 맞춤 영상을 추천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같은 길을 맴돌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신중하게 된다. 만일 비슷한 길을 돌고 돌아야 한다면,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로 가득한 구간을 반복하고 싶다.
유튜브와 삶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자신을 어떻게 원하는 곳으로 이끌 지에 대한 문제이다.
두툼한 전단지
지하철 출구에 할머니 한분이 열심히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신다. 전단지를 받을 때도 있고 받지 않을 때도 있는데 오늘은 왠지 받아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할머니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 본다.
그런데 손 끝에 느껴지는 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찬찬히 살펴보니 전단지는 무려 세 장이었다. 맙소사, 똑같은 전단지 세 장이라니. 하!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할머니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얼른 나눠주고 집에 가고 싶으신 걸까. 하긴 더운 여름날 얼마나 힘드시겠어. 그나저나 사장님은 가게 전단지가 이렇게 통 크게(?) 배포되고 있다는 걸 아실까. 길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전단지를 바라보며, 전단지 홍보를 할 수밖에 없는 사장님의 사정도 짐작해본다. 자영업도 너무나 힘든 요즈음이다.
어렸을 적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랐다. 그럴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던 그런 시절이. 그 꼬맹이가 훌쩍 커버려 어느덧 30대를 지나가고 있다. 사실 아직도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 스스로가 먼저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행복을 타인과 나눌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조그마한 내 방 책상에 앉아 캘리그라피를 끄적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였다. 이 글을 업로드한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마운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