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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Mar 01. 2022

아빠는 출장, 오빠는 승진 (外 단편모음)




아빠는 출장, 오빠는 승진


아빠는 다시 베트남 출장 중. 이번에는 무려 한 달 동안의 출장이다. 공교롭게도 출장을 떠난 다음날 오빠가 승진 소식을 전했다.


"놔 숭쥔했숴!"


앞뒤로 불안정한 스텝(일명 소주 스텝)을 밟아대며 승진 소식을 전하는 오빠를 보고 있는데 순간 잊고 있던 사람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누구지? 잠시 머리를 갸우뚱. 흠, 생각이 나질 않네. 다시 눈길은 오빠로 향한다. 얼큰하게 취한 오빠의 낯빛이 좋아 보인다. 몸은 나비처럼 팔랑거리는데 벌새와 같은 입은 쉴 새 없이 윙윙 거린다. '재미있는 모습이군.'이라 생각하며 술 취한 오빠를 바라본다. 휘리릭. 또다시 스치는 누군가의 모습.


아! 잊고 있었던 삶의 조각.


그래 맞아, 아빠였어! 과장 승진 후 너무나도 행복해하며 호탕하게 웃던 젊은 날 아빠! 그 똑같은 모습을 그의 아들이 재현하고 있었다. 오빠가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한 적 그다지 없었는데. 오늘 보니 판박이구나.


소주 향을 폴폴 풍기며 뭐가 좋은지 연신 웃는 오빠. 그래, 욕봤다. 회사 생활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특히 요즘 세상에 승진하는 게 얼마나 치열하고 피 튀기는지 그것 또한 알기에. 한밤중의 수다를 멈추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이미 자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밤 아니던가. 예의를 아는 모범적인 시민인 우리 어머니가 이를 그냥 넘어갈 리 없지. 어린아이 타이르듯 화장실로 오빠를 유인하는 베테랑 엄마. 그런데 신이 난 오빠는 오늘을 끝내고 싶지 않나 보다. 별안간,


"엄마, 근데 그거 알아요?"


평소에 쓰지도 않는 존댓말을 쓰며 회사생활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지 그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낄낄낄. 누군가의 취한 모습을 보는 건 재밌는 일이지. 오빠는 한참을 떠들고 떠들고, 또 떠들었다. 쌓인 게  많았던 사람처럼. 그리고 속엣말을 다 게워낸 건지 그제야 씻으러 들어간다. 만족스러운 뒷모습. 보기 좋다. 그래,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회사 생활하지. 암, 그러고말고. 이제는 화장실 들어가는 뒷모습마저 아빠처럼 보인다. 그렇게 오빠는 아빠가 되어가나 보다.


어찌 되었건 브라더! 승진을 축하하네. 앞으로 승승장구해서 지금처럼 나 맛있는 거 많이 많이 사주시길(흑심은 따로 있었다).  





팟캐스트 현황 업데이트


1월에 시작했던 팟캐스트는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순항중. 처음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플랫폼에만 올렸는데 플랫폼을 하나 추가하여 현재 팟빵, 오디오클립 이렇게 두 개에 업로드하는 중이다.


[구독자수] - 2022년 3월 1일 기준

오디오클립: 57명

팟빵: 27명


어제 에피소드를 하나 새로 업로드했는데 구독자수가 3명이나 증가했다. 야호!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에 반영돼서 좋고, 그리고 아직은 소소한 규모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보람차고. 내가 좋아하는 영어로 컨텐츠를 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고 얻어가는 것이 많다.


그리고 에피소드를 들으신 청취자 분 중 몇몇 분이 꾸준히 리플을 남겨주셔서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많은 응원이 된다. 역시 시작하길 잘했어. 올해 팟캐스트를 통해 성장하는 한 해가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이런 예감은 절대로 틀리지를 않지...!


오랜 시간 꾸준히 업로드해나갈 예정이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욕심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일주일에 한 개의 클립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며, 1, 2월은 모두 달성 완료. 지금까지 총 9개의 에피소드가 업로드된 상태이다. 꾸준하게 나속도로 계속해서 전진해나가려 한다. 화이팅!




브런치 유입 키워드


신변잡기 글을 무작위로 업로드하는 브런치여서 다양한 키워드로 사람들이 유입되는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키워드가 자주 눈에 띈다. 아마도 그만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직업이 프리랜서라고 말할 때마다 반응은 한결같다. '우와, 자유롭게 시간도 쓸 수 있고 좋겠어요. 진짜 부러워요.' 대충 이런 반응. 아마도 '프리'라는 단어에 비중을 두는 듯하다. 나 또한 회사원일 때 프리랜서에 대한 로망이 있었더랬지. 그러나 막상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프리에 대한 로망은 서서히 사라지고, 창기병을 뜻하는 '랜서'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회사의 각종 혜택, 4대 보험과 같은 보장 제도(방패) 없이, 내가 잘하는 일 하나(창)에 달랑 의지하여 사방이 뚫린 초원을 뛰어다니는 생활은 예상보다 더 막막하고 두려웠다. 사무실의 답답한 파티션을 탈출했다는 기쁨도 잠시. 족쇄에서 풀려났지만, 불안함 책임감이 묵직하게 어깨 짓눌렀다. 자유의 양면성을 온몸으로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 책임, 불안을 삶의 요소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 때, 예상외로 안정적인 삼각형을 그려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동그란 원이 될 때까지, 끊임없는 삽질을 거듭하며 삐걱거리는 삼각형을 리고 리는 것이 나의 숙명이다. 꼭짓점을 마모시키려는 시간과 노력이 결국은 둥그런 원형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 이후의 삶은 노자의 가르침처럼 애쓰지 않아도 알아서 흘러가는 '무위자연'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인생을 항해하는 자여!


자유, 책임, 불안을

삶의 닻과 돛 그리고 나침반이라 생각하자.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유익한 것이니

모든 것을 껴안고 삶을 살아가자.


믿음으로 나아가면 목적지에 결국은 도달할 것이니-


사진출처 * 엄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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