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구질구질한 하루가 있다.

by 달숲


누구에게나 구질구질한 하루가 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언젠가는 그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되도록이면 빨리 끝났으면 할 테지만 그 구간이 속절없이 확장되기도 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이. 그러니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울어야 하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걸 알면서도 막상 삶이 고단해지면 풀이 죽어있거나 성난 마음에 하늘을 탓하기 마련이다. 왜 나인가요? 네? 공허한 물음표를 허공에 던지며. 대답 없는 메아리일 텐데 말이다.


세상이 나를 등진 걸까?

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인간의 마음처럼 옹졸해서 이 놈은 좋아하고 저 놈에게는 척을 질까? 그냥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뭐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졌다. 일이 뜻대로 잘 안 풀리면, 그리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 오히려 덤덤해지며 그 속에서 좋은 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환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동굴로 들어간 사람이 허둥대지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은 암흑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낸다. 시간이 약이다.


불안이 삶의 기본값이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뭔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묘한 기분이 언젠가부터 들기 시작했다. 별일 없는 무탈하게 일상을 보낼 때조차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 마음은 하염없이 흐르는 강처럼 어느새 내면을 차지하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가끔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위로 튀어버리는 날이 있다. 속에 천불이 나고 미쳐 날뛸 것 같은 순간이 잊을만하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침묵을 택했다. 최대한 사람과 만나지 않고 마음을 닫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다만 그 속에서 지키지 못한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의 엄마일 것이다. 너무 가까워서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 모녀.


글을 쓰지 않는 날에도 언제나 글을 생각했다.


오며 가며 관찰한 사람들의 감정을 추측해보기도 하고 내뱉어지지 않은 감정을 요리조리 굴려가며 어떻게 글로 담아낼 수 있을까를 궁리하기도 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 귀퉁이를 쓱 오려내 옮겨 쓰기만 하면 글이 될 테지만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지 않으면 그마저도 어려워진다. 한참 동안 헛구역질을 할 뿐. 아무것도 건져낼 수 없었다. 말랑했던 생각이 겨울밤 얼음처럼 깡깡 얼어버려 도무지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다. 살아 숨 쉬었던 생각이 이렇게 화석이 되어버리다니.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처음과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면 사는 것의 의미를 당최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예전이었으면 불만을 터뜨렸을 삶의 불확실성에 면역이 생긴 건지 아니면 자포자기의 심정인 건지, 또 그게 아니면 근거 없는 허세인 건지 나조차도 가늠할 수 없지만.


곧 어둠이 걷히고

밝은 하늘이 나타날 것이다.


시기의 차이이지 누구에게나 힘이 저절로 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러니 지금의 흔들림조차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마음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자. 헛된 망상이라 해도 좋고 순진무구한 발상이라 해도 좋다.


힘없이 꺼질지언정

그런 마음을 간직한 삶의 끝은 따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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