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단상
생산연도 2023년 11월 4일 자 '슬초 브런치 2기' 커피를 내려 마신다. 집안에 커피향이 가득하다. 하얀 머그컵에 담긴 투명한 검은색 액체를 잠시 바라본다. 꽤 독한 듯하지만 또 꽤 향긋한 향이다. 코로 한껏 빨아들여 폐 속 깊숙이 집어넣는다. 카페인이 온몸을 돌아 머리에 당도할 즈음 나는 점점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한 모금 마셔본다. 나를 위한 브런치도 못 만들어 봤는데 남을 위한 브런치를 만들겠다는 게 맞는 건가 싶다. 그러다 처음부터 브런치 잘 만드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셀프 위로도 건네 본다. 처음 브런치를 하겠다고 도전하던 나를 떠올려 본다. 누구를 위해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닌,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싶어 시작한 것도 아닌, 단지 브런치가 좋았고 오직 내가 만들고 싶은 브런치를 원해서 시작했던 처음의 나로. 두 번째 모금을 마신다. 오늘따라 유난히 커피가 쓰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만들다 보면 나만의 브런치가 생기겠지. 그러다 보면 브런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니 내 걸음의 빠르기로 천천히 가 보기로 한다. 세 번째 모금은 조금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