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마코 결혼식에서 일어난 일

바마코 결혼식에서 만난 코라와 젤리 1부

by 두치


바마코 바벰바 센터의 바부야 선생님을 따라 결혼식에 왔다.

사흘 전 함께했었던 뎀바폴리(demba foli, 결혼식 전 어머니와 여성들의 축제)의 가족들이 더 화려한 옷차림과, 한층 불어난 인파를 뚫고 우리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결혼식을 알리는 장싸 수말레 리듬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원 안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춤을 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코라였다.


이곳에서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코라가 연주 세션 안에 함께 들어와 있었다.

말링케(Malinke, Mandinka, Mandingo) 사람들이자 젤리(djeli, 서아프리카 세슴음악가)인 시소코(Sissoko) 가문이어서일까?

세네감비아 지역의 만딩카 젤리는 거의 필수적으로 코라 연주를 세습하지만, 말리에서, 그것도 이렇게 일상적인 결혼식 자리에서 코라를 마주하리라곤 기대하지 못했기에 더 놀라웠다.



시소코 가문은 만데 제국(Mande Empire)의 세 번째 세습 음악가 가문으로, 쿠야테(Kouyate)와 디아바테(Diabate)의 뒤를 잇는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코라 연주자 젤리마디 시소코(Djelimadi Sissoko), 발라케 시소코(Ballake Sissoko), 그리고 젤리고니(Djeli ngoni)를 연주하는 바바시소코(Baba Sissoko) 모두 이 가문 출신이다.

그래서 이 결혼식에 코라가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감비아와 세네갈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훌쩍 뒤로 물러나있었던 코라의 자리가, 이곳에서는 다시 본래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코라가 이렇게 전통적이고 일상적인 자리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이펙터를 연결한 코라는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뿐 아니라, 음악 속 ‘탕탕', '징징', '광광‘ 같은 효과음과 타악기의 역할까지 겸하며 전체 연주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그동안 감비아와 세네갈에서 앰프나 이펙터 없이 들었던 본래의 코라 소리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펙터를 통해 총소리 같은 코라를 듣자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한동안 코라를 바라보다가, 다시 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시선을 옮겼다.


신부의 가족들이 한 줄로 들어올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대한 우주처럼 보였다.

그들의 발걸음과 몸짓을 바라보며, 단단하고도 무한하며 깊은 존재들이라는 감각이 밀려왔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원 안을 바라보고 있자니,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새삼 느꼈다.


가족과 손님들은 끝없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덕담을 나눴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그 노래들을 흘리지 않고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곳의 사람들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비언어적인 몸짓과 음성, 눈빛과 표정 사이를 오가는 상호작용 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갔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나는 이 전통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연주자들은 멜로디와 리듬이 끊어지지 않도록 끝없이 음악을 이어갔다.


코라가 반주를 시작하면, 카손케 둔둔(카손케 사람들의 전통 북으로, 널리 알려진 기니 둔둔과 달리 큰 북을 연주자가 어깨에 메고 갈고리 모양의 채로 두드린다)과 벨(깽깽 소리를 내는 작은 쇠종)이 리듬의 중심을 잡는다.


젬베가 그 위에서 리듬을 쪼개고, 타마니(말리와 세네갈 등에서 연주되는 작은 전통 북)가 빈 공간을 채우듯 양념을 친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여러 결혼식에 참여해 본 시비리에게 물어보니, 이 결혼식은 젤리 가문이라서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젤리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젤리들이 끊임없이 원 안으로 나와 사방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 노래했다.

모든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젤리들은 노래와 대화를 통해 신랑과 신부 조상들의 업적을 계속해서 불러냈다.

이 찬사는 단순한 아첨이 아니라, 신혼부부를 역사적 연속성 속에 위치시키며 가문의 명예를 이어갈 힘을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한다.(1)


젤리들의 찬사는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졌다.

찬사가 강력할수록 원안의 사람들은 더 크게 호응했고, 가족들은 젤리에게 선물(돈, 천 등)을 주며 화답했다.

어느 구간, 어머니와 어떤 여성들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젤리의 찬사는 공동체 안에서 가문의 사회적 위상과 명성을 드러낸다.

끊임없는 축하와 격려, 그리고 그에 대한 화답(선물)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망을 만들고, 이는 호혜성(reciprocity)의 가치를 실현한다.

이런 의식에서 서로를 축하하는 것은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의례적인 행위다.

이런 상호작용은 단순한 개인의 결합을 신성한 공동체적 사건으로 승화시키고, 바마코 사회의 전통과 유대감을 지속시킨다.(1)



그런 의미에서 젤리의 음악과 춤은 음악이나 춤,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연장선이자 관계를 잇는 매개였고, 공동체와 사회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다.

춤과 노래는 영혼을 담는 그릇이 되어, 결혼식 원 안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서로에게 실어 나른다.


그 파동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피골이 상접해지니 1부는 마무리되었다.

이미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지만, 아직 2부가 남아 있었다.


밤은 어느새 깊어졌고,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차에

말리의 전설적인 코라 연주자 가문의 아들, 시디키 디아바테(Sidiki Diabaté)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의자에 몸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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