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뎀바폴리

웃음과 리듬으로 치유되는 바마코 여성의 축제

by 두치

도합 마흔 시간에 걸친 다카르–바마코 버스 대장정을 마친 다음 날, 나는 우연히 뎀바폴리(demba foli)에 가게 되었다. 뎀바(demba)는 어머니 또는 가문의 여장부를, 폴리(foli)는 공연 또는 리듬을 뜻하는 밤바라어다.


말리에서는 공동체마다 결혼을 축하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뎀바폴리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전통 중 하나다. 주로 결혼식 본식 이전, 화요일이나 금요일에 열리며, 가족의 어머니와 여성들을 위한 축제다. 나는 운 좋게도 신부의 어머니와 여성 가족들이 기쁨을 표현하고 서로 나누는 자리에 함께하며 말리의 전통문화를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었다.





여느 바마코의 풍경처럼 붉은 흙의 비포장 도로가 주변을 짙은 황톳빛으로 감싸는 늦은 오후, 우리는 신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오늘 결혼식의 가족은 시소코(Cissoko) 집안으로, 만데 제국의 세 번째 세습 음악가 계보에 속한 젤리 가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부의 집 앞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낡은 철제 의자들이 집 대문 앞 공터에 둥글게 원을 이루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오늘의 뎀바폴리 공연을 이끌 두 명의 여장 남자가 서 있었다.


두 공연자는 두꺼운 입술에 짙은 립스틱을 바르고, 화려한 드레스 안에 가슴과 엉덩이를 과장되게 부풀린 채 등장했다. 한껏 부풀린 노란색 컬 가발과, 촌스러운 분홍색 선글라스 그리고 일회용 음료컵을 귀걸이처럼 치렁치렁 달고 있는 모습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들은 커다란 카손케 둔둔(말리 전통 북)의 소리를 뚫고 나올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연기하며 관객을 압도했다.


그들의 한마디에 관중은 자지러졌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으며, 누군가는 춤을 췄다. 또 누군가는 감탄하듯 그들의 가슴뽕 사이로 돈을 끼워 넣었다. 마치 말리식 드랙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말리에 오기 전에 있었던 세네갈의 다카르에서도, 말리 바마코에서도 결혼식 전에 여성들만을 위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이 참 좋게 느껴졌다. 그동안 쌓였던 울분과 스트레스, 혹은 그들 안에서만 공유될 수 있는 감정들이 원 안에서 교차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듯했다.




바마코의 뎀바폴리는 단순한 음악과 춤의 자리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코미디 연극과 함께 사회적 비평의 장이 열리곤 한다. 참가자들은 희극적인 촌극과 연기를 통해 일상생활을 풍자하고 사회적 긴장을 풀어내며, 여성들의 연대를 축하한다. 특히 뎀바폴리는 여성이 새로운 삶의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축하하는 통과의례적 성격을 띠며, 일상의 고단함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1)


전통적으로 뎀바폴리의 풍자 연극은 밤바라 사람들의 전통 연극인 코테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코테바’는 밤바라어로 ‘큰 달팽이’를 뜻하는데, 달팽이가 껍질에 이데올로기를 담고 다니듯 공동체의 가치와 문제를 담아낸다. 코테바는 마을 광장에서 연기와 노래, 춤을 결합해 사회 문제를 풍자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해 왔다. (2)


뎀바폴리의 연극은 여느 서아프리카 전통 공연들처럼 관객의 참여가 활발했다. 사람들은 이 공동체 연극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고통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각자 그것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편견을 풍자하고 웃음으로 터뜨리는 것, 예술을 통한 감정 표현은 결국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단계로 사람들을 이끈다. 그러면서도 트라우마와 상처의 원인이 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집단적으로 규탄할 수 있다.(2)


그렇게 사람들은 유머와 리듬을 통해 개인적·공동체적 어려움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통과의례이자 집단적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만든다. 이 과정을 두고 사람들은 종종 ‘집단적 치유’라고 말한다.


코미디 연극에 호응하며 즉흥적으로 원안에서 한 여성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동안의 코미디 연극이 끝나고 해가 저물 무렵, ‘뎀바폴리(어머니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으로 수쿠(Soukhou) 리듬이 연주됐다. 말링케 사람들의 리듬이자 바마코에서 흔히 연주되는 이 수쿠 리듬은, 기니 코나크리에서는 솔리(Soli)로도 알려져 있다.(1)


수쿠는 바마코 뿐 아니라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널리 알려진 리듬으로, 어머니들을 위한 최고의 춤이기도 하다. 이 리듬은 행사의 대모를 기리는 찬가인 ‘파사(fassa)’에 맞춰 연주된다. 신부의 이모들과 그 친구들, 그리고 신부 어머니의 친구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노래하며 딸의 결혼을 축하한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던 춤과 리듬의 릴레이를 뒤로하고, 우리는 해가 더 저물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뎀바폴리에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르게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겪었던 어려움들을 마을의 광장이나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과 나누고 위로받아본 적이 없었다.


오늘 뎀바폴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는 다 알 수 없었지만, 여성들이 소리를 지르고 울고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원 안에서 춤추고 손뼉 치며 노래하던 여성들의 모습은, 말없이도 내 마음 한구석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렇게, 뎀바폴리의 하루가 저물었다.


각주

(1)https://medium.com/@dansesdumali.com/top-5-most-common-rythms-in-bamako-91b34b21e53c

(2)https://youtu.be/HQvZaxS9bDQ?si=OrRrzDcXhEg0GB2t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