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에 담긴 절실함
“선생님, 여긴 똥배라고 하셨죠?”
아랫배를 부여잡은 아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다급히 묻는다.
“선생님, 여긴 똥배라고 하셨죠?”
“응?”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물었지만, 아이는 다시 아랫배를 움켜쥐며 말했다.
“선생님, 그때 말씀하셨잖아요. 여긴 똥배라고.”
엇…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말을 잃는다.
똥배라니… 내가 진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사실 그런 표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당황스러움도 잠시, 누가 봐도 급한 모양새다.
허리를 살짝 구부린 채 식은땀이 맺혀 있고 몸은 앞으로 기울어 있다.
“어… 음…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은 화장실 한 번 가보자!”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아이는 휙 몸을 돌려 보건실 문을 닫고 달려 나간다.
그리고, 조용해진 문 너머에서
나는 잠시 웃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왜… 지?”
그 짧은 물음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 의미를 곱씹어 본다.
학교에서 대변을 본다는 건 아이들에겐 꽤나 큰일이다.
괜히 친구한테 들킬까 봐,
‘○○가 똥 쌌대’ 소문이라도 나면 그날은 끝장이다.
그래서 아이는 아팠지만 망설였던 거다.
‘지금 가도 되는 건지’
‘정말 이건 똥배가 맞는 건지’
누군가, 아니 보건 선생님이 한마디만 해주길 바랐던 거다.
“그래, 그건 똥배야. 화장실 고고!”
그 말 하나면, 당당하게 뛰어나갈 수 있으니까.
‘보건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는 말 한마디를 등에 업고
당당하게 화장실로 향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진단서가 아니라 명분이었다.
조금 덜 부끄럽고, 조금 더 당당할 수 있는 이유 하나.
오늘도 아이들은 그 작은 이유 하나를 품고 보건실 문을 연다.
나는 그들에게 그 명분을 기꺼이 보태주는 사람이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