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사랑법

옛 연인은 보건실에서 만난다

by 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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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사랑에 빠지는 나이.


요즘 아이들은 열 살 쯤부터 누군가를 좋아하고, 연애도 조금씩 시작한다.

어른 눈엔 아직 한참 어린 아기 같지만

그들 마음속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시절의 사랑은 서툴지만, 진지하다.

어쩌면 어른보다 더 깊고 단단하게.


안녕하세요. 소민이 남자친구입니다.

단정한 옷차림의 강현이는

소민이네 집 앞에서 문을 열고 나온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잠깐, 부모님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 짧은 인사는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진심은 태도를 타고 온다더니 정말 그랬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전교생이 다 아는 공식 커플이 되었다.

작고 당당한 연애였다.




“너 없는 학교,
무슨 의미가 있어?”


소민이가 아파서 조퇴한 날이었다.

강현이는 책가방을 끌어안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로 향했다.


“조퇴할게요.”


“왜?”


“… 소민이가 없는데, 학교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목소리는 낮았고 말투는 단호했다.

선생님은 말을 잃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들은 눈을 굴렸다.




기울어진 우산, 젖어가는 어깨


비 오는 날,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함께 썼다.

언제나 우산은 소민이 쪽으로 기울었고, 강현이의 한쪽 어깨는 젖어갔다.


“괜찮아. 내 어깨는 젖어도 좋아, 네가 젖지 않는다면.”


그 말은 참 멋졌지만 결국 강현이는 감기에 걸려 며칠을 결석했다.

그래도 그 젖은 어깨는 초등학교 연애사에 낭만 하나쯤 남겼다.




창문 너머, 아련한 통화


소민이는 저녁 8시 이후 외출 금지였다.

그때부터 ‘창가 통화’가 시작되었다.


소민이는 2층 창가에 서고, 강현이는 소민이 집 앞 벤치에 앉았다.

창을 사이에 두고 휴대폰으로 나누는 대화.


멀리서 보면, 마치 오래된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하필 그 벤치 뒤로 노을이라도 지면……

그날은 그냥, 낭만이었다.




그리고, 이별


두 사람의 연애는 두 달 남짓.

초등학생 커플로선 제법 오래간 셈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별은 찾아왔다.

같은 반, 같은 줄, 옆자리.

가까웠던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교실 가득 묘한 공기.

이별은 그렇게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시작됐다.

숨고 싶어도 마땅한 곳은 없었다.


결국, 도착한 곳은… 보건실.




도망치듯, 보건실에서 마주치다


어느 날, 강현이가 문을 열고 보건실로 들어왔다.

잠시 뒤, 소민이도 조용히 들어왔다.


나란히 문을 열고 들어온 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순간 동시에 말했다.


“하…”

“후…”


고개를 떨군 채, 각자 머리를 쓸어내리며 어색하게 눈을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둘 다 도망치듯 달려왔는데

결국 마주친 곳이 보건실이라니!


하지만 곧 웃음을 거뒀다.

두 사람의 표정은 생각보다 깊고 진지했다.


그래, 그들도 치열하게 사랑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프게 이별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기다리고, 상처받고, 끝내 마음 아파하는 그 감정.


어른들 눈엔 장난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도망치듯 찾아온 보건실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그 서툰 애틋함을 느낄 때면

우리도 조금은 더 따뜻하고 이해심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처음 겪는 사랑과 이별의 기록은

여전히 보건실 한편에,

숨겨진 낙서처럼 조용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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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같은 학교 교무행정사님(소민이 어머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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