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
드르렁- 드르렁-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보건실의 고요한 공기를 깨는 묵직한 코골이 소리.
아픈 아이들이 와도 멈출 기미가 없고
소리는 점점 커지며 보건실을 가득 채운다.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나는
곧 소리의 주범을 발견했다.
바로 철호였다.
계단에 머리를 부딪혔다며 와서,
상태를 지켜보려고 잠시 눕혔더니 어느새 푹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아빠 코골이 급인데?’
베개를 끌어안고 세상모르게 잠이 든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볼은 살짝 달아올라 있고, 코끝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세상모르게 깊은 잠에 빠진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철호, 지금 도대체 몇 번째 잠이니?
지난번에도 어지럽다며 와서
잠시 눕혔더니 몇 분도 안돼 코를 골기 시작했었다.
보건실 침대에만 누우면 바로 잠드는 철호.
요즘 잠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학교생활이 그만큼 피곤한 걸까?
아픈 것도 아닌데, 자려고 오는 건 좀 곤란한데…
이상하게도 철호의 드르렁은 밉지가 않다.
오히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철호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는 이 휴식 아닐까?’
몸이 아프지 않아도 피곤이 쌓이면
아이들도 어디엔가 숨 돌릴 틈이 필요하다.
보건실이 그런 곳이 되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 철호야. 20분만 자고 일어나.”
그때였다.
“음…”
이불속에서 철호가 몸을 뒤척였다.
눈을 반쯤 뜨고 고개를 드는 모습이 멍하다.
“어! 선생님, 저 잤어요?”
“응, 아주 잘 잤어. 드르렁 소리가 복도까지 울렸어!”
“헉, 진짜요?”
입가 침자국을 옷소매로 닦으며 철호가 머쓱하게 웃었다.
“아…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잠들었어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그럴 수 있지. 피곤했나 보다. 대신 다음부턴 아플 때만 오는 거 알지?”
철호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보건실 침대가 너무 포근해서 그랬나 봐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아이고 웃었다.
잠시 후, 또 다른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철호는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며 말했다.
“선생님, 저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철호를 보며
나도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이곳은 아이들에게 치료받는 곳이자 쉼터구나.
언젠가 또,
보건실 한편에서 철호의 드르렁이 포근히 울려 퍼질지도 모른다.
침대가 비어 있다면
20분쯤은 모른 척 조용히 ‘경과 관찰’을 해줘야겠다.
어쩌면 지금 철호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는 바로 이 휴식일 테니까.
짧은 잠으로 피로를 털어내고 나면
다시 학교생활을 이어갈 힘도 생기지 않을까.
이런 순간들 하나하나가
내가 맡은 일의 따뜻한 일부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