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호의 드르렁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

by 달토

드르렁- 드르렁-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보건실의 고요한 공기를 깨는 묵직한 코골이 소리.


아픈 아이들이 와도 멈출 기미가 없고

소리는 점점 커지며 보건실을 가득 채운다.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나는

곧 소리의 주범을 발견했다.


바로 철호였다.


계단에 머리를 부딪혔다며 와서,

상태를 지켜보려고 잠시 눕혔더니 어느새 푹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아빠 코골이 급인데?’


베개를 끌어안고 세상모르게 잠이 든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볼은 살짝 달아올라 있고, 코끝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세상모르게 깊은 잠에 빠진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KakaoTalk_20251020_140941164_01.jpg


철호, 지금 도대체 몇 번째 잠이니?


지난번에도 어지럽다며 와서

잠시 눕혔더니 몇 분도 안돼 코를 골기 시작했었다.


보건실 침대에만 누우면 바로 잠드는 철호.

요즘 잠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학교생활이 그만큼 피곤한 걸까?


아픈 것도 아닌데, 자려고 오는 건 좀 곤란한데…


이상하게도 철호의 드르렁은 밉지가 않다.

오히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철호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는 이 휴식 아닐까?’


몸이 아프지 않아도 피곤이 쌓이면

아이들도 어디엔가 숨 돌릴 틈이 필요하다.

보건실이 그런 곳이 되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 철호야. 20분만 자고 일어나.”


KakaoTalk_20251020_140941164_02.jpg


그때였다.


“음…”


이불속에서 철호가 몸을 뒤척였다.

눈을 반쯤 뜨고 고개를 드는 모습이 멍하다.


“어! 선생님, 저 잤어요?”


“응, 아주 잘 잤어. 드르렁 소리가 복도까지 울렸어!”


“헉, 진짜요?”


입가 침자국을 옷소매로 닦으며 철호가 머쓱하게 웃었다.


“아…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잠들었어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그럴 수 있지. 피곤했나 보다. 대신 다음부턴 아플 때만 오는 거 알지?”


철호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보건실 침대가 너무 포근해서 그랬나 봐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아이고 웃었다.


KakaoTalk_20251020_140941164_03.jpg


잠시 후, 또 다른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철호는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며 말했다.


“선생님, 저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철호를 보며

나도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이곳은 아이들에게 치료받는 곳이자 쉼터구나.


언젠가 또,

보건실 한편에서 철호의 드르렁이 포근히 울려 퍼질지도 모른다.


침대가 비어 있다면

20분쯤은 모른 척 조용히 ‘경과 관찰’을 해줘야겠다.

어쩌면 지금 철호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는 바로 이 휴식일 테니까.


짧은 잠으로 피로를 털어내고 나면

다시 학교생활을 이어갈 힘도 생기지 않을까.


이런 순간들 하나하나가

내가 맡은 일의 따뜻한 일부처럼 느껴진다.




KakaoTalk_20251020_140941164_04.jpg


이전 07화갯벌을 선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