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정성
지난주 금요일, 4학년 수업에 들어갔을 때였다.
찬희가 손에 작은 플라스틱 통 두 개를 꼬옥 쥐고 있었다.
병뚜껑보다 조금 큰 크기였다.
달그락 달그락- 통을 굴리며 장난치기도 했다.
“찬희야, 그 통은 뭐야?”
내 물음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 이번 주말에 갯벌 체험 가요~!”
갯벌이랑 통이랑 무슨 상관일까?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뭐 아무래도 좋았다.
“와~ 어디로? 너무 좋겠다~”
“가족이랑 서해 바다요!”
“부럽다~”
갯벌이라니!
나는 진심으로 부러웠다.
가족들과 함께 갯벌에서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바닷바람, 조개껍데기, 그리고 흙냄새…
교실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상의 냄새를 맡고 오겠구나.
표정에서 부러움이 역력히 드러났는지,
찬희가 그런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선생님!”
복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찬희였다.
“응~ 잘 다녀왔니?”
찬희는 위아래로 마주 덮고 있던 두 손을 살며시 열어보였다.
작은 통 하나가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제가 갯벌 담아왔어요!”
“응?”
그날 달그락거리던 바로 그 통이었다.
안에는 촉촉한 흙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웃음이 터지면서도 코끝이 찡해졌다.
“찬희야, 정말 고마워!”
작은 통에 흙을 담고, 조개껍데기를 가지런히 올려둔 마음.
선생님에게 보여주겠다고 챙겨 온 그 마음.
심지어 통 두 개 중 하나라니, 얼마나 귀한 선물인가.
아마 흔들리지 않게 손 위에 올려 조심스레 들고 왔을 것이다.
아니면 가방 속에서 쏟아질까 봐 몇 번이나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바다에 머물게 되었다.
책상 한편에 놓아둔 작은 갯벌은
햇살이 닿을 때마다 조용히 반짝인다.
이제는 코끝으로 맡지 않고 바라보기만 해도 서해의 냄새가 난다.
오늘도 아이 덕분에
보건실 한켠에 바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