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맥박에 담긴 상상력
보건실 문이 스르륵 열리고
2학년 호준이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다가왔다.
“선생님, 저… 맥박이요…”
작은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목을 가리켰다.
요골맥 자리였다.
“아까 막… 쿵쿵 뛰었어요.”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말에 나는 호준이의 요골맥을 짚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
뛰었거나 긴장했을 때는 맥박이 빨라질 수 있거든.
혈압 한 번 재볼까?”
혈압계에서 결과가 나타났다. 90/60.
조금 낮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요보호 학생 명단에도 없는데…
호준이에게 심장 문제가 있었나?’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쳤다.
“어지럽니?”
“아니요, 어지럽진 않아요. 그런데…”
호준이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잠시 망설이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기생충이 있을까 봐요…”
“… 기생충?”
뜻밖의 단어에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아까 놀이터에서 놀다가 돌멩이를 집었는데요.
애벌레인지 기생충인지… 뭔가 있었어요.
실수로 만졌는데…”
성진이가 그게 내 몸속에 들어가서
뇌를 파먹는다고 했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호준이의 눈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후두둑 떨어졌다.
“엉엉엉…”
울음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에엥?
자주 오는 아이도 아니고, 워낙 진지하고 의젓한 얼굴이라
정말 큰일이 난 줄 알고 걱정했는데…
혈압, 맥박, 요보호 학생 명단까지 점검했던 나의 염려가 무색할 만큼
이유는 참 귀여웠다.
기생충이 손목 맥박을 타고 올라와
자기 뇌를 조종할 거라 믿는 아홉 살 아이.
작은 아이의 세상은 그렇게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아냐~ 기생충은 놀이터에서 못 살아.
손에 슬쩍 닿는다고 몸속에 들어가지도 않아.”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하나하나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몸속에 생기는 기생충은 대부분 장에 생겨.
응아가 지나가는 길에 말이야.
혹시 올해 구충약 먹었어?”
“네…”
“그럼 걱정 뚝이야! 손 잘 씻고, 오늘도 자기 전에 깨끗이 씻고 자면 돼.”
하지만 호준이는 여전히 울먹이며 말했다.
“기생충이… 내 뇌를 파먹을지도 모르는데…”
“아니야, 그건 애벌레였을 거야.
애벌레도 사람 몸에 들어오고 싶지 않을 거야~”
아무리 말해도 울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했다.
과연 호준이의 눈물은 멈출 수 있을까요?
2탄에서 호준이의 마음을 낫게 해 줄 인물이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