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폭포
새 학기 첫날 아침.
방학 전 세탁소에 맡겨두었던 새 이불을 꺼냈다.
이불 사이에 껴 둔 신문지 덕분인지
눅눅하지도 않고 은은한 향이 풍겼다.
‘이번 학기도 잘 부탁해.’
의식적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이불 커버를 씌우고 침대를 정돈했다.
‘어떤 손님이 첫 번째로 이불을 덮을까?’
이불 끝을 반듯하게 정리하고
허리를 펴려던 그 순간,
똑똑-
익숙한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4학년 명현이가 들어섰다.
문턱에 선 얼굴은 한눈에 봐도 기운이 없어 보였다.
“보건쌤… 머리가 너무 아파요.”
두통이라니.
나는 먼저 체온, 혈압, 맥박, 호흡을 간단히 확인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복통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배는 괜찮아? 속이 불편하다든지, 설사는 하지 않았니?”
그리고 두통이 시작된 시점과 양상, 편두통 병력, 아침 식사 여부까지 차근차근 물었다.
“평소에도 두통이 잦아요…
오늘 아침밥은 안 먹었고요.”
얼굴이 창백하진 않았다. 다만 조금 피곤해 보일 뿐이었다.
‘흠… 그냥 두통일까?
개학 첫날이라 긴장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첫날이라 긴장했나 보다. 좀 누워서 쉬겠니?”
“네.”
명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르륵 침대에 누웠다.
그러곤, 1초 만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푸에엑-!
눈 깜짝할 새였다.
시뻘건 액체가 폭포처럼 아이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헉, 갑자기 토를 하다니!
저 빨간 액체는 뭐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와중에도 명현이는 두 손을 모아 그것들을 받쳐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명현아. 괜찮니?”
“네… 근데 이불이… 아, 어떡하죠?”
“괜찮아. 속은 좀 편안해졌어?”
명현이는 두 손에 모았던 시뻘건 액체를 버리고 세수까지 하고 돌아왔다.
그제야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결국 복통 때문에 생긴 두통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토닥여 주었지만, 명현이는 스스로도 놀랐는지
그저 시뻘겋게 물든 이불만 내려다보며 미안해했다.
“명현아,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하지 않았니?”
나는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럼 빨간 건… 뭐였을까?”
말끝을 흐리며 다시 한번 그 진하고 선명한 색을 떠올렸다.
순간적으로 퍼져 오는 익숙한 냄새까지도.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 토마토?
그제야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기억이 떠올랐는지 작은 ‘아!’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맞다. 엄마가 아침에 토마토 먹으라고 해서…
큰 토마토 세 개 먹었어요.”
“아하… 그러면 이건 토마토 주스구나…!”
나는 괜히 웃으며 장난을 쳤다.
하지만 속이 얼마나 쓰렸을까 싶어 한편으론 마음이 쓰였다.
명현이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따끈따끈하게 막 깔아 둔 새 이불.
그 향긋했던 냄새는 어느새 토마토 주스 향과 뒤섞였다.
나는 빨갛게 물든 이불을 재빠르게 걷어내 다시 세탁소로 보냈다.
세탁소 사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어제 보낸 이불이 오늘 돌아왔네요. 새 학기 1호네요~”
휴—
새 학기 시작부터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가 개운해졌다면 그걸로 됐다.
이불은 다시 세탁하면 되니까.
마음만은 쉽게 젖지 않도록.
공복 토마토, 왜 조심해야 할까?
공복에 토마토나 산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위가 자극을 받아 속 쓰림, 복통, 구토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는 위산 농도가 높아져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소화가 약할 때는 아침에는 부드러운 음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 서울대학교 병원 건강정보센터
-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건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