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팠던 게 언제였나 싶을 만큼
“배가 아파요.”
2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
용호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작은 손으로 아랫배를 감싼 채
눈썹을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언제부터 아팠니?”
“체육 시간에 셔틀런 할 때부터요.”
“체육을 언제 했는데?”
“1교시요.”
말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를 보니 정말 아픈 것 같았다.
배를 감싼 작은 손끝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가까이 다가가니 운동 후의 땀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가볍게 문진을 마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자레인지에 찜질팩을 넣었다.
달달 돌아가는 소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용호에게 물었다.
“… 셔틀런은 잘했니?”
그 말이 신호였던 듯, 용호의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구부정하던 몸을 반듯하게 세우더니
갑자기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아~ 셔틀런이요?
네! 저 97번 뛰었어요.
우리 학교 체육관 길이 알죠?
저 끝부터 저 끝까지 뛰면 1번이에요.
체육선생님이 유튜브 틀어주면, 그 소리에 맞춰서 뛰어요!”
이야기는 점점 빨라졌다.
용호는 팔을 활짝 벌려 체육관의 길이를 그려 보였다.
마치 셔틀런을 뛰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말이 쏟아졌다.
나는 사방으로 튀는 침에 살짝 움찔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제 속도가 번개 같아서, 애들이 막 손뼉 쳐줬어요!”
“그래? 열심히 했구나.”
“네! 저 1등이에요! 운동회 계주로 선발됐고요.
아, 저번엔 멀리뛰기도 했는데 160cm 넘었어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했다.
“헐~ 160cm? 그건 진짜 대단한데?”
“핫핫핫.”
용호는 배를 감싸던 손을 떼더니,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었다.
자신이 뛰던 모습을 떠올릴수록
더욱 웃음이 터지는 모양이었다.
결국 용호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 핫핫핫!”
띵-
마침 전자레인지가 멈췄다.
따뜻한 찜질팩을 품에 안고 나서는 용호의 걸음은,
들어올 때보다 훨씬 가벼워 보였다.
배가 아팠던 게 언제였나 싶을 만큼.
아이는 분명 아파서 왔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세상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따뜻한 찜질팩을 품에 안고
문을 나서는 그 커다란 뒷모습이
한동안 마음에 남았다.
‘칭찬은 정말 아픔도 잊게 만드는구나.
자랑하러 왔는지, 아파서 왔는지 헷갈릴 정도야.’
아이들은 참 단순하면서도 깊다.
작은 관심 한 마디에
그 마음에 불던 통증이 스르르 풀려버린다.
오늘도 보건실은
아픔을 치료하는 곳이면서,
작은 대화로 마음을 돌보는 곳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