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문 앞에서 멈춰 선 아이
9시 10분.
1교시가 시작된 지 딱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보건실 밖에서 으아앙- 울음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무거운 책가방을 멘 아이가
학교 현관 문턱조차 밟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눈대중으로 보아 1학년.
순간 의아해서 창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니?”
“저… 늦잠 자서 지각했어요.
근데… 무서워서 교실에 못 들어가겠어요 ㅠㅠ”
학생이 지각을 했다는 건 물론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슬피 울 일일까?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가, 곧 다시 끄덕였다.
‘지금 드는 생각은 어른의 기준이겠지.’
1학년에게는 지각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무서울 수 있다.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순간, 사실대로 말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스쳤다.
하지만 아이의 모습을 보자
혼자 교실 문을 넘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게 먼저라고 느껴졌다.
“괜찮아. 몇 학년 몇 반 누구니?”
“1학년 6반 지수예요…”
“지수야, 선생님이 같이 가줄게.
교실 가서 ‘보건실에서 치료받고 왔다’고 말씀드리자. 그러면 괜찮지?”
그 말을 들은 지수는 훌쩍거리며 내 손을 살짝 잡았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복도를 걸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발걸음인데,
그 짧은 복도가 아이에겐 하나의 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1학년 6반 교실 앞에 도착하니 지수가 겁이 나 잡고 있던 손을 스르륵 놓았다.
잠시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스쳤지만, 곧 바닥으로 향했다.
그런 지수를 슬쩍 바라본 뒤 교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안녕하세요~”
“보건선생님, 안녕하세요~ 오잉? 지수 왜 우니?”
지수는 괜히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바닥만 봤다.
나는 아이 옆으로 한 발 나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등굣길에 배가 조금 아팠던 것 같아요.
보건실에서 잠시 쉬고 나니 지금은 괜찮아졌대요.”
담임선생님은 인자한 미소로 몸을 숙여
지수와 눈을 맞추었다.
“보건실 잘 찾아갔구나. 지금은 괜찮니?”
지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을 한 번 꾹 다물었다가 살짝 풀어내는 모습이 안도의 신호처럼 보였다.
나는 조용히 뒷걸음질해 교실 밖으로 나왔다.
한 건 해결!
보건실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머릿속에 느낌표 하나가 쾅하고 떠올랐다.
잠깐, 정말 잘 해결한 게 맞을까?
머릿속에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혹시 지수가 ‘거짓말을 하면 그냥 넘어가지는구나’ 하고 생각해버리면 어떡하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도록 했어야 했나?
다음에 또 지각하면 보건실로 찾아오면 어떡하지?
하지만 또 곧 떠올랐다.
지수는 혼자 교실에 들어갈 용기조차 없을 만큼 위축돼 있었다는 걸.
입학한 지 겨우 4개월 남짓.
학교에서 가장 작은 1학년 어린이에게는
그 순간의 두려움이 온 세상을 뒤덮는 감정이었으리라.
걱정이 무색할 만큼
그날 이후 지수는 지각하지도, 보건실 앞에서 울지도 않았다.
요즘은 얼굴도 선명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겠지.
가끔 생각한다.
교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던 작은 아이가,
지금은 제법 자라 자기 자리를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아이에게는 그냥 지나가 버린 하루였겠지만
그날의 선택은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어떤 어른은 “사실대로 말하게 해야지”를 선택했을 수도 있고,
어떤 어른은 “지금은 마음을 먼저 챙겨줘야 한다”고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날 나는 후자를 택했다.
정답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그 순간, 지수의 손을 잡아준 마음만은
틀리지 않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