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에 산타가 등장했다

1학년 아이들과의 짧은 오후

by 달토

크리스마스 이브,

어김없이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온

1학년 민수와 지연이.


"선생님, 배 아파요."
"저도요~"


이 아이들은 보건실의 단골손님이다.


배가 아파도 같이 아프고,
머리가 아파도 늘 나란히 아프다.


평소 같았으면
온찜질팩을 돌렸을 텐데,
그날은 손이 잠시 멈췄다.


문득 하나가 떠올랐다.


12월 손 씻기 행사를 하고

보건실에 남아 있던 산타 모자.


나는 아이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리 와 보렴."


그리고는 슉-

민수의 머리에
빨간 산타 모자를 씌워주었다.


"산타 모자를 써 보렴."


KakaoTalk_20260105_175523182.jpg


민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는
두 손으로 볼을 꼭 감싸 쥐었다.


"……!!!"


귀엽다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 듯했다.


KakaoTalk_20260105_182800570.jpg


아프다며 들어왔던 아이들이
보건실 안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깡충깡충 뛰었다.


조그마한 몸집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모자를 쓴 모습을 보니,

어린이 산타가 따로 없었다.


"안녕히 계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모자를 쓴 아이들은

통증이 씻은 듯 사라진 얼굴로

보건실을 나섰다.


아직 산타 모자는 열 개 남짓 남아 있었다.

아마도 민수와 지연이를 본 1학년 아이들이 보건실로 달려오겠지.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저도!

저도 모자 주세요~!"


1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나는 잠시 웃음을 삼켰다.


"어서들 와."


나는 양손에 산타 모자를 가득 쥐고

아이들 머리를 하나씩 살피며

맞는 크기대로 씌워주었다.



KakaoTalk_20251228_212122279_13.jpg


놀랍게도,

가지고 있는 산타 모자의 수와

1학년 아이들의 수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결국 보건실을 찾았던 아이들 모두가
빨간 모자를 하나씩 쓰고 나갔다.


간혹 구멍이 났거나

털이 뽑힌 모자도 있었지만,

이미 즐거워진 아이들에게

그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 몫의 크리스마스를 쓰고 있었다.




KakaoTalk_20251228_212122279_14.jpg




산타 모자 하나에

아이들은 충분히 행복해졌다.


휴-

저렇게 좋아하는데

하나라도 부족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타 모자 하나가

아이들을 이렇게 치유할 수도 있구나 싶어

나는 혼자 웃었다.


그날 오후, 보건실에는

산타가 다녀간 셈이었다.




SE-41e29a47-3ed0-422d-9891-8219da966c87.jpg


이전 18화우리 학교 아이는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