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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Dec 16. 2023

2023년 회고

정말 다사다난했다

 '어? 정말 2주만 지나면 2024년이 도래한다고?' 최근에 마라톤하고 발이 아파서 많이 앉아서 일하고, 가끔 책보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친구 카톡에 깜짝 놀랐다. 12월도 벌써 2주가 지난거라고??!?! 하하,

12월은 마라톤 밖에 남은게 없으니, 겸사 겸사 올 한해 회고를 해보자. (시간 순으로 해볼까, 카테고리 별로 해볼까... 고민하다가 시작을 못해서, 결국 쓰다가 수정하기로.ㅎㅎ)





1. 일

 올해 가장 큰 기둥은 회사 '일'이었다. 지금까지 회사 다니면서 해본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개발, 디자인, 법무, 브랜딩, 계정, 사업부, qa,  cs, 운영 각 부서와 조율하고, 어드민, 화면, db 기타 등등 그동안 일부 개별적으로 수정하거나 확인했던 범위를 넘어서 모든게 연결되어 있는 종합 패키지였다. 아예 이정도 규모인지 생각도 못했어서 너무 준비 없이 체력과 시간으로 겨우 겨우 한 귀퉁이를 담당하려고 애쓰면 반 년을 보냈다. 초반에  기획서도 너무 부족하고, 담은게 없이 그렸다고 초반부터 성의가 없다는 피드백을 들었었는데, 아예 생각를 뻗어나가지도 못한게 맞다는게 꽤 늦게 알았다. 연 초에 길게 여행 다녀온 후 3~4월은 전혀 기억이 전혀 없다. 해 지고 버스 타고 집 오고, 해 뜨기 전에 버스 타고 회사를 갔다는 사실 말고 모르겠다. 벚꽃은 언제 피고 졌는지도 몰랐다. 그저 잘 이해하고 빠르게 피드백 하고, 테스트가 잘 되길 바라는 생각뿐. 덕분에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부족했지만 유의미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상반기를 보내고, 잠시 수월하다가 4분기는 교육과 예상 밖에 일감을 처리하지 못해 꽤나 회사에 오래 있으면서, 평일 저녁을 거의 활용하지 못한 편 이다(이렇게 회사 다니면 안되는데ㅠㅠ) 재택근무도 끝난 상황이라서 더 회사와 일에 쓴 시간과 체력이 많아서, 올 한해는 프로젝트와 일에 집중한 한 해를 보냈다. 잘 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평일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


자주 보는 판교 / 주차장. 텅 비어있는 아침, 꽉찬 데이타임, 비어있는 밤
혼자 점심 먹은 날은 기분 전환 겸 스을쩍 들리기


회사 근처 커피들,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마지막 사내 카페:)



2. 런던과 아이슬란드

 개인적으로 3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 멤버가 런던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놀러오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서 길게 휴가를 쓰러 런던을 가볼까 싶다가, 1,2월에 런던에서 무얼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정말로 추운 나라. 얼음나라 , 아이슬란드를 함께 다녀왔다.  사전에 여행 준비, 또 다른 동행, 동선 등을 대략 러프하게라도 짜고 조율하는데 꽤나 에너지를 썼었다. 많은 부분이 계획대로 되진 않았고 오로라는 순간 하루 몇 분 본 것이 전부지만, 그 이상 충분히 좋은 순간과 사람들을 만났었다. 나를 돌아본 순간도 많았고, 함께해서 즐거웠던 순간도 많았다.



좋았던 여러 순간 중 극히 일부. 대화하는 여유로웠던 저녁 시간들도 잊을 수 없다.



3. 연애/결혼

 30대 여자에게 공통된 주제는 연애, 결혼이 아닐까. 전혀 관심이 없다가, 작년부터 생각이 많아진 나로써는 친구들에 비해 빅데이터도 없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편이라고 느끼고 꽤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단기간에 사람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상대적인 나의 나이가 여유 있는 편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하고 복합적인 마음이 많이 일었다.

 올 해 돌아보면 헤어짐도 있었고, 만남도 있었고, (내 기준에서)이상한 사람도 있었고, 더 말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사람도 있다. 작년보다는 덜 아프고 덜 울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분명 아프고 눈물이 많았던 순간은 존재했다. 과연 이런 시간 속에서 누군가를 어떻게 만나게 될까, 연초에 런던에서 지인과 이야기한 고민했던 상태에서 지금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노력해본 시간이 있었으니까 자책하진 않으려고 한다.



Thank you next.......next???

 



4. 이사

 독립을 했다가, 다시 엄마집으로 이사했다. 1년 반 정도 살았는데, 회사 재택이 끝나는게 오피셜이 되면서 출퇴근 거리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정리하고 엄마집으로 이사했다. 내 방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조금 더 잘 되서, 여유 있게 더 좋은 동네로 이사가서 잘 살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이유, 돈 앞에서 나는 호기롭게 욕심을 부리기는 어리지 않다. 혼자 집을 하나 쓰다가 나의 방 한 칸으로 들어가려니 짐이 너무 많아서 꽤나 고생했고 일정이 빠듯해서 아직 처분을 못했다.(12월...남은 나의 과제로구나.) 엄마집이 회사랑 좀 더 가까워서 왕복 3시간에서 2시간~2시간 반 정도로 줄어든 것에 나는 이미 만족스럽다. 엄마집이 독립했던 곳보다 한강이나, 약속 장소 등이 더 가까운 편이라서 충분히 좋은 환경인 것도 맞다. (내 방에 엄마 물건도 많아서 짐 속에 파묻힌 느낌이 드는 것 빼면.) 부모님과 다시 살면서 신경쓰이는 부분도 있지만, 부모님 간섭이 많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더 나중을 돌아보면 이 시간도 귀하게 여겨질 것 같아서, 잘 적응 중이다.


 

가끔 여유 부리며 혼자 집순이가 되었던 소소한 독립 일상의 흔적들




5. 요가와 수업

 작년 4분기에 요가 TTC(지도자 과정)을 다시 신청했다. 왠지 코로나 시기 속에 정말 한 게 없는데, 요가원이 계속 아른거려서 한 번만 더 해보자. 이번에도 해보고 수업 못 하겠으면 나의 길이 아니라고 과감히 포기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딱 1번만 정말 남의 돈을 받고 수업을 해보자고.

 그렇지만 앞서 말한대로 1. 일 이 정말 큰 문제였다. 작년 11,12월 부터 올해 5월 까지는 꽤나 하드하게 바빴기 때문에.. 회사 왔다 갔다 하고, 늦게 끝나는 일상이라서 과정에 집중하지 못 했다. 겨우 온라인으로 요가 수업을 들으면서 수련 시간을 채워가는데, 집중해서 공부했다는 느낌의 거의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중간  1~2월은 여행 갔다가 프로젝트로 복귀하느랴 너무 바빴다. 3월 중순까지 지도자 과정을 수업을 들어야 해서 프로젝트와 과정 일정이 겹쳐서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함께 하는 두 명의 선생님들이 덕분에 외롭지 않게 포기 하지 않고 수료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수료 후에 목표 한 바대로 외부 대강도 몇 번 뛰고, 사내 동호회 요가 수업도 월1회 정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유의미한 결과였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번이  2번째 요가 TTC(지도자 과정) 이수였다. 처음은 그냥 요가가 좋아서 더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지도자 과정을 신청했는데 수업 한 두 번 듣고 나니 바로 첫 회사 입사가 발표나서 제대로 과정을 밟지 못하고 겨우 수료했었다. 그래서 첫 TTC 를 마치고는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수업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잘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 과정을 마치면 꼭 타인에게 수업을 해봐야겠다는 작은 목표가 있었는데, 그걸 이뤄서 참 좋았다.(물론 매일 수련하고 매일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개인적인 성취감이 있었다.)

 

 나는 스스로 한 번에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스스로 성격이 급해서 더 시간을 들이거나 기회를 주는 것을 못하고 자책하곤 하는데, 다시금 한 번에 이루지 못하더라도 계속 시도 하는 편이었지. 그럼 돌아가더라도 조금 더 부지런하게 계속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상기해보았다.





6. 아지트 공간 마련

 올해 드디어 후배랑 을지로에 작은 아지트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3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commonair) 이 있다. 코로나 때 따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공유 오피스를 빌렸었는데, 시공 제약이 답답해서 아예 따로 공간을 만들고 싶다 생각만 한지 꽤 오래였는데, 후배도 관심이 있다고 해서 빠르게  질러버렸다. 서로 IT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후배는 업무용으로 나는 가끔 모임용으로 쓰는 정도로 알아보다가 적당한 매물을 발견하고 바로 결정했다(정말...하루만이었나 싶다, 추진력 있는 후배 덕분이다) 간단하게 인테리어 시공하고 의자, 책상 등등 사서 공간을 대략 꾸며서 쓰고 있다. 프로젝트 끝나면 공간도 있으니 더 홍보하고 마케팅해서 모임을 키우고 싶었는데, 실행이 쉽지 않은 것 같다.(객관적으로 말하면 하기 싫기보다, 잘 모르고 하기 어럽다고 생각해서 실행을 못하는 것 같다..ㅠ 내년에는 조금 더 확장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들로 서로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일단 올해는 생각하던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에 일단 점을 찍고, 내년에 새로 점을 그려보도록 하려고 한다.



바닥 부터 하나씩 바꿔나가서 이제는 꽤나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7. 수술

 우연히 피드백을 받았다. 눈 근육을 잘 못쓰고 이마를 너무 많이써서 주름이 있다구... 아마 나는 표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안검하수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이유로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 달 간 러닝도 못하고 요가 간간히 하고 장마철에 집에만 있었다. 정말 생각도 못했다가 진행하게된 수술이었다... 아팠으나, 지금은 괜찮다. 내가 내 얼굴 표정을 보는게 아니라서 이마 근육을 덜 쓰는지는 모르겠는데...;; 전보다 좋아진게 맞겠지.ㅎㅎ



8. 공연

 올해는 굵직한 공연을 꽤 자주 보았다. 손흥민 경기를 보았던 것 처럼 아티스트가 현역 일 때 공연을 보고 싶어서 갔었던 싸이콘, 스탠딩으로 갔는데 정말로 막차만 아니었음 끝까지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싸이의 에너지는 정말 리스펙이었고, 티켓 가격이 부담 없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싸이의 에너지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값을 잘 치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대학교 동기 언니, 오빠랑 이렇게 일정도 맞아서 셋이 스탠딩으로 갔었는데,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ㅠㅠ  앞으로 이럴 수 있을 시간이 우리에게 많을까 잘 모르겠다.

 그리고 보고 싶었던 레베카를 포함해서 뮤지컬 2편, 친구가 표가 생겨서 갔던 아이돌 콘?까지.. 아 정말 모르는 아이돌 부터 버츄얼 아이돌을 보았는데, 진심으로 컬쳐쇼크였다. 아... 정말 기술과 어린 친구들의 경험의 벽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느겼다. (90년대생으로 버츄얼 아이돌이 공연하는 것을 처음 보게 되다면..왠만해서는 다들 신선했으리라 생각한다.) 돌아보니 올해 바쁜 와중에 참 알차게 놀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ㅎㅎ


 라이브로 듣는 노래는 정말 다 좋았다.
@블루스퀘어



p.s 레베카를 1층 7열?에서 보았는데, 확실히 알았다. 뮤지컬은 1층 7열 미만 볼 필요가 없는 것으로....



9. 부산 워케이션

 곧 회사에서 오피스 근무가 시작된다고 해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짧게 다녀왔다. 부산역 앞에 워케이션 센터에서 업무 시간에 계속 근무하고, 퇴근하고 부산역에서 호텔로 퇴근하는데 사실 이 때도 일이 좀 있어서 쉽사리 일찍 퇴근한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휴가 내고 둘레길을 걷기도 했고, 아침에 러닝을 하기도 하고, 친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역시 무엇이던 오래보고 이쁘게 보다보니 좋아지나보다. 나는 여행을 늘 길게 가는 편인데 7일 이상 머무니까 익숙해지면서 부산이 더 많이 느껴지고 보이는게 많아져서 좋았다. 다만... 9월 부산은 비가 많이 온다는 걸 왜 몰랐던 건가.  주말에 내내 비와서 노트북 들고 카페 가기도 해서 아깝고 억울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일상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끼면 보냈다.

(적다보니 이 워케이션을 끝으로 연말인 지금까지 회사 일도 내 일상도 꽤나 정신 없이 돌아갔었구나 싶다..)



최애 자리. 더워서 옮기고 블라인드를 내려도 날이 좋은 날 부산은 계속 보고 싶었다.


일몰, 일출, 산책 중



10. 풀 마라톤 완주

 이전 글들에서 이미 많이 이야기와 소회를 적었기에 링크만 달아놓기로.

(관련글 : 계속 뛰다보니 말로만 하던 풀마라톤을 뛰어버렸다.(2)) 충분히 스스로가 최선을 다해서 기쁘고 많이 뿌듯한 경험이었다. 다음은 모르겠지만 12월 풀 마라톤 완주까지 하고 보니 한 해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를 그 이전과 비교해보자면 꽤나 만족스럽다. 21~22년은 원격 근무로 시간은 확보했으나, 내 일상의 동선이 짧고 너무 루틴해서 스스로 성장도 발전도 경험도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무기력에도 빠지고 스스로 많이 자책하기도 했는데, 그에 비해 올해 23년은 많은 것들을 가시적으로 경험했다는 생각과 비교적 나태하게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왔다갔다 버리는 시간도 많았고, 아침 부터 저녁까지 별 거 없이 아쉽게 보낸 날들도 있고, 뭐 없이 밥먹고 씻고 쉬는 하릴 것 없는 저녁 시간도 많이 떠오르지만,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무너지고 멈추기 보다는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한 편이었던 것 같아서 작년 연말보다 우울감이 적다. 내가 경쟁해야 하는 한 명은 과거의 나라고 생각하는데, 상대적으로 정체하지 않고 정진했으면 과거의 나보다 잘 했다고 마무리하고 싶다.


12월 마지막 주는 휴가로 쉴 예정인데, 내년 맞을 준비를 하며 출사표와 같은 글을 한 번 적어봐야 겠다. 다들 23년 연말 까지 온 스스로를 칭찬하면 즐거운 연말 되시길:)



생일에 선물 받았던 케이크




개인적으로 올 한 해 정말 어려움도 많았지만, 감사하고 즐거웠던 순간도 많았던 것 같다. 올해 운이 좋게 햅삐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여있지 않도록 정진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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