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록색이 가득해지는 시기.
참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월말, 회고 시간이다. 싱그러움이 가득하게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한없이 좋다가 그렇지 않다가, 좋다가 그렇지 않다가를 반복했던 5월을 보냈던 것 같다. 회고글을 쓰려고 앨범을 열었더니 생각보다 찍은 사진 수는 적은데, 감정의 등락의 경우는 배가 훨씬 넘었던 것 같다. 나는 어떤 감정들을 많이 느꼈던걸까.
빅이슈 잡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대학생 때 처음 알게되고서는 눈에 보이면 간간히 사보았던 잡지인데, 꽤나 오래 잊고 있었다. 운동을 끝나고 지나가는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항상 잡지를 판매하시는 분이 계속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번달은 꼭 한 권 사보려고 했고 어버이날 집에 가는 길에 구매 했다! 이번호가에 임팩트 있는 내용은 없었지만 쿵야...캐릭터를 알게된게 수확 인 것 같다.(아 트렌드는 흐름은 너무 빠르다..!) 5월에 기억나는 타인을 위한 행동이었다.
2. 사람들과의 대화과 모습
생각해보면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꽤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를 팔랑귀라고 하는 건가) 옆 회사 권고 사직 이야기,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서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온 올드 멤버이야기, 와이프와 함께 보내신 안식 휴가 이야기, 미국 친척의 한국 여행, 청첩 모임 , 신행 가는 분, 아침 크로스핏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고 들으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속도와 이벤트들이 다양했다. 요즘 나의 이벤트는 무엇인가. 고민은 많고, 운동만 하는 것 같은게 나의 일상이려나. 메인 이벤트를 무엇으로 할지,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는게 길어지다 보니 지치는 것도 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좀 지치고 지루함이 가시기도 해서 다행이었다.
3.퇴근 후 타인을 위한 소비
퇴근 후에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사서 가는게 꽤나 기분이 좋았다. 퇴근하고 샌디치를 사먹으면서, 엄마를 위한 빵도 같이 샀는데 내가 좋아하는 걸 사는 것보다 타인이 좋아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어릴 때 아빠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원래 나는 선물 하는 걸 꽤나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5월에는 엄마를 위해 소소하게 빵을 사보면서, 타인을 위한 소비가 지갑은 가벼워도 마음이 즐거움으로 무겁게 채워진다는걸 다시금 느껴보았다. 되게 소소한 일상이었는데 5월 중 두 세번 반복했더니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4.부처님 오신 날, 엄마랑 아빠랑 절
나랑 아빠는 종교가 없다. 엄마는 가끔 절에 가곤 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마치 나처럼 싹퉁 바가지가 없는 사람'은 절에 가서 마음을 정화해한다고 엄마가 말해서는 아니고.... 그냥 엄마랑 아빠랑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는 자리를 만들려고 같이 절에 간다고 했다. 가서 쌀도 사고, 등도 달았다. 거기다대고 이거 진짜야? 이러면 부처님이 시주해서 잘했다고 하는거야? 라고 물어봤다가, 또 너처럼 불신인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고 했는데... 아니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질문이 죄는 아니니까. 엄마가 아니라 스님한테 물어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원도 오지게 많이 적었더니 욕심이 많다고 한 소리 하시길래, 많은 것 중에 하나라도 되면 된다며, 펜을 잡고 일단 마음 가는대로 많이 적어서 등을 달았다. 아니 근데 점심 지나서 비가 오길래 '엄마 그러면 우리가 단 등은 다 젖자나? 그럼 소원 다 안보이잖아' 했더니, '아 원래는 비닐로 씌워야 하는 건데, 우리 그냥 종이만 냈니. 어쩔 수 없지'이러시던데...불심...불신하게 되네 참.
5.회식,청첩 모임 등 먹을일
먹을 복이 너무 너무 많은듯. 역시 크로스핏을 하면 뭘하나(물론 다이어트가 될꺼란 기대는 없었지만). 나는 너무 잘 먹고 다닌다. 20대 꽤나 피했던 밀가루, 빵, 햄버거, 튀김 등을 이제 제한하지 않으니 훨씬 양질의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사회생활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것만, 건강하게만 음식을 먹기 어렵다 보니 그냥 스트레스 없이 뭐든 주어지면 잘 먹어보리라는 생각에 너무 잘 맞게 살고 있다. 굶는 걸 잘 못하고 계속 조금씩 뭔가 먹는 편인데 회식까지 하면 좀 위가 많이 힘들다. 힘들지만 운이 좋게(?) 5월은 그런 날들이 꽤나 있었다.
6.운동(1) - 크로스핏
시작한지 두 달차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일이 있거나 컨디션이 안 좋라서 못가더라도 평일 3~5회씩은 갔었다. 사진첩을 보니 가끔 찍은 크로스핏 박스 사진밖에 없던걸 보니 5월은 꾸준히 운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스핏을 한다고 (마음 편하게 먹게 되는 것도 있는데) 다이어트 되는 느낌 보다, 하루의 성취감을 채워주는 느낌이 강했다. 다만 오가는 동선이나, 씻는 시간 등 소모되는 시간이 꽤나 많아서 아침으로 운동으로 돌려봤는데, 에너지 소모되는 느낌도 있어서 어디 시간대가 좋을지도 고민이 들었다.
7.운동(2) - 등산
날이 너무 좋았던 5월이라서, 등산을 다녀왔다. 멀리있지만, 북한산, 도봉산에 갔었다. 코스는 역시나 그랬듯이 최단 코스로 빠르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만 짧게 다녀왔었다. 언제 이렇게 초록색이 가득해졌는지, 이 나무들, 이 집들에서 살았던 시간은 어땠을까, n 인 마냥 생각을 아주 살짝 뻗쳐보고, 다시 현실적으로 얼마나 남았고, 여긴 어딘지, 저 동네는 비싼 곳인가 등의 생각을 이어갔었다. 앞으로 바빠지리라 예상하면서 개인적인 기호를 위한 시간은 적어질 것 같아서 무리해서라도 등산 일정을 5월에 끼워넣었었다.
8.드럼 수업 끝!
3월에 시작한 12번 수업 중 하루 빼먹고 11번을 갔었다. 금요일 퇴근 시간 맞추기 힘들어서 조금만 연습하다 간 날도 있지만, 한 분기를 마무리했고 다음 분기 수업을 등록했다. 음악에 박자 맞추는 재미가 좀 생겼고, 진짜 일주일에 1시간도 안되는 시간으로 뭔가 배운다는게 재밌었다(오고 가는 시간이 더 크지만...) 올해까지 하다보면 한 곡은 좀 더 멋지게 칠 수 있지 않을까? 외국어나 업무, 운동이 아닌 영역에서 뭔가 배워보는게 오랜만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불필요할 수 있지만, 삶을 조금 더 다양하고 충만하게 해줄 수 있는 취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이 되는 한 좀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9.프로필 사진
집 근처에서 청년~~ 사업으로 사진 촬영을 무료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직용, 사이드프로젝트용 으로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신청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다. '누군가 본인을 보고 어떤 이미지를 연상하길 바라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되게 오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순간 당황했다. 사진은 그런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이라서, 눈빛으로 연기를 해야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말이 이어졌다. 아하...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고, 비춰지길 바라는 걸까. 요즘 감정의 기복이 있다보니 흔들리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이어져서 ' 밝고 단단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생각을 되내였던 순간이 었다. 보통 다들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길 바라는지.
5월을 돌아보면 하늘이 맑고 파랗고, 눈에 보이는 곳들은 초록색으로 가득 덮혀져가는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감정 등락 폭이 컸던 5월이라서 초록색이 주는 생명력과 싱그러움을 간간히 보면서 텐션을 끌어올리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뭔가 모래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게 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이벤트도 있었지만, 허무함이라는게 공존했었던 것 같다. 4월 회고글을 보니 여유를 갖길 바란다고 적었던데, 전 달보다 여유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만족감이 크진 않은 것 같다. 다음달은 감정이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걸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5월 회고글을 마쳐본다.
p.s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그렇다면 아쉽지 않게 순간 순간 음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