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생 재밌게 살고 있고, 사는게 너무 즐겁다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즐거워 보여서 물어보면 '그냥 산다' 라는 대답이 돌아오거나 '뭐 어쩌겠어'라는 답을 들었다. 나도 비슷하고, 내 주위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30대 6~7년차 여자 직장인이다. 나를 기준으로 주위를 분류해보면, 회사 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있고, 기혼인 사람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일부 미혼인 동갑내기 친구들, 소수의 지인들이 존재한다. 올해는 나도 그렇고 전보다 사람들이 '생기','재미' 잃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일부 결혼연애, 출산, 커리어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기'가 도는 편인 것 같은데, 그 외 어떻게 보면 큰 일 없고 무탈한 사람들은 '재미'를 잃은 느낌이었다. 유추해보면 아무래도 '현실의 벽'을 넘고 싶다 또는 넘으려고 여러 시도하기 보다, 지금 순간 순간을 즐기거나, 흐르는대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느낌이다. 전보다 점점 고난이도 문제들을 당면하게 되고, 다방면에서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최대한 쉬고 최대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하는게 정말 합리적인 결론이겠지만 동시에 일부 회피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점점 어릴 때보다 체력의 한계를 자주 경험하거나, 점점 주름 등 피부를 비롯한 여러 노화의 흔적을 느끼고, 경험과 데이터의 축적으로 점점 작은 자극에 무뎌지는 총체적인 aging curve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1)신체적인 physical 노화는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고, 이를 인지했을 때는 최대한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먹고, 더 자고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하는게 현대인의 일반적인 솔루션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짚고 싶은 부분인 (2)정신 mental 노화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전과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mentality영역은 과거 꿈과 이상이 하늘 처럼 높고 장미빛과 같은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다들 그런 마음을 접거나 여러 시도와 경험을 하는 과정을 거쳐서 그 기대를 접어간다는 점이다. 대기업을 다니면서 먹고 살 수 있는 소득과 복지를 누린다고 해도, 잠깐의 노동 소득으로 뭔가 해볼 수 없다는 생각과 연애 결혼에 대해서는 여러 경험과 의견 충돌을 겪고서는,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이 와중에 삶을 조금 단순하게 가져가는 사람들은 기대 없이 살다가 주식으로 밥값만 벌어도 좋아하고, 연애도 편하게 하고, 결혼도 하는 것 같은데, 생각이 많은 타입이거나 본인의 기대와 다른 결과를 경험한 경우는 기대를 버리고 흐르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이 차이는 당연히 시간과 노화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한편 기대값의 차이 또는 운의 차이, 멘탈리티 차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셋 다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운 또는 타고난 것이 좋아서 어려움을 안 겪을 수도, 기대가 적어서 만족감이 상대적으로 클수도,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멘탈이 약해질 이유가 없을 수도.. 결국은 '운'에 따라서 삶이 정해지는 것일까.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 노잼이나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 상태를 원하지 않아도 유지하거나 최대한 탈피하거나 하는 선택지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럼 나는 충돌 없이 수용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고통받으면서 탈피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일까. 같은 '노잼'의 시기,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서 방향과 결과값은 굉장히 달라질 것 같다. (만약 3년 후, 5년 후 10년 후 내가 지금 시기를 돌아본다면 어떨까...ㅎㅎ)정신 mental 의 노화와 많은 경험을 통해서 수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지만, 무비판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수용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노잼이라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