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다, 커피도 좋다.
바삭바삭 까무잡잡 커피콩알들이
머리를 내밀고 먼저 나오겠다며
아우성을 치다가
둥그렇고 부드러운 몸이
오래된 그라인더 안으로 쏘옥,
갈리고 갈리고 더욱 부드러워지면
차악 눌리고 꼬옥 밟혀서
커피머신 안으로 사우나 간다
치익 - 포옥 김이 들어가고
푸욱 눌려서 노곤해져
머리가 빙빙돌고 축늘어진다
땀인지 눈물인지
이제는 그만 됬다며
손가락 두개 겨우 들릴즈음이면
산미가 풍부한-
황홀하고 알싸한,
콜롬비아의 어느 외딴 숲 향이
코와 혀를 지배하는데
뜨거움이 가신 자리에는
축축하고 차가운
이리저리 흩어지는
가루인지, 눈물인지
땀인지 시원함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