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괴물이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 나르시시스트야.”
그의 말투, 표정, 행동의 90프로 쯤이
심리학 책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의 특징>과 닮아 있었다.
모든 대화는 그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내가 힘들다고 하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힘들어, 그건 네가 약해빠져서 그래.”
그때마다 나는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그는 나의 감정을 무시했고,
나는 점점 그가 만든 세계 안에서 작아졌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래서 나는 책을 뒤지고, 영상과 칼럼을 찾아 보고, 읽기 시작했다.
‘나르시시스트의 10가지 특징’, ‘가스라이팅의 징후’,
‘피해자 패턴에서 벗어나는 법’까지.
그리고 결론은 분명했다.
“그래, 그는 확실히 나르시시스트야.”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사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까.
나는 이제 내 아픔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를 그렇게 ‘진단’할수록 내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100프로는 아닌데... 어떤 부분은 아닌것도 같은데.
‘나르시시스트’라는 단어는
그를 이해하는 대신, 그를 또 다른 괴물의 틀 속에 가두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규정하는 순간, 나는 다시 피해자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왜냐면 그 말 안에는 이런 메시지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변하지 않을 거야.”
"떠나는 수밖에 없다구."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아플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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