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2026 신춘문예 도전작 (3)

by 다마스쿠스


둥근데도 뚱하고,
거칠지만 단단한 결이
결계처럼 몸을 감싸고 있다.


깨지지 않은 호두는
유리그릇 속, 고요한 성안의 아우성.


틈이 있나 긁어보아도
손톱 끝으론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나무도마의 단두대에
쇠망치 그림자가 길게 젖어도
첫 타격에는
손끝만 저릴 뿐.


망설이는 붉은 손끝이
한 번 더 내려치자,
푸석한 틈 사이로
보드라운 숨결이 스며 나온다.


깨진다는 건,
깨는 자와 깨지는 자—
머리가 잠시 멎고
두 쪽으로 나뉘어야 끝나는 일.


유리그릇이 아닌,
무른 나무결이 받쳐주는 자리에서
사나운 힘을 견뎌낸 뒤에야

조각난 고소함이
낯설게 퍼져 나온다.


그 낯섦을 아는 혀는
망치를 들어본 사람,
망치 아래 조용히
깨져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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