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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Jul 07. 2024

새내기 엄마, New Mother

아이를 낳으면 실습 없이 엄마가 된다.

아이들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좋아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관심이 없었다, 는 표현이 맞지 않았을까 싶다.


동갑내기 친구가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아이를 나보다 일 년 반정도 먼저 낳았는데, 하는 말이 이왕 을 거면 얼른 낳아, 이러더라. 이제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긴 알겠는데 문젠 그 부부는 연애가 오래됐고, 나와 내 남편은 연애기간이 딱 1년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란 사람....


그 말을 듣고 그래야겠다, 그리고 아버님이 아프시니 나도 얼른 낳아서 집안의 기쁨을 만들어야겠다 싶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안일하고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지도 않고 섣불리 엄마라는 자리를 탐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생각과 결정을 하고 임신을 계획하여 출산하고 양육을 하게 되는데, 나는 별생각 없이 임신과 출산 육아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다. 파라과이에 아는 사람도 없으니 애기가 있으면 덜 외롭고 자연히 하게 될 일도 많이 생기지 않을까? 누군가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내 마음의 생각이었나...


누군가 나에게 그때로 돌아가도 그렇게 할래? 물으면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 성격은 돌진!이라 생각하면 막무가내로 어떻게든 하는 일차적인 면이 강했고, 서른다섯인 내가 아직도 싱글이라면 더욱 계산적이고 늦게, 그리고 임신을 두려워했을 것이기에, 차라리 모르는 때 겪는 게 낫다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면서 임신했고, 출산에 대해서도 그다지 지식 없고. 육아에 대해서는 사실 관심도 없고 애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결혼식 후 정확히 12개월 일주일 만에 출산을 경험했다.


 어떠한 수업도 없이 육아백과사전 책 한 권과 유튜브 영상들만 보며 시작하게 된 첫아들 육아였다.

<내가 한국에 계신 엄마께 부탁해서 어찌어찌 사람 거쳐 받은 유일한 육아책>


나는 여전히 아무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았고 집에서 잘하지도 못하는 살림과 남편 뒤처리나 하면서 이제는 친정도 없는 곳에서 신생아를 키우게 된 새내기 엄마였다.


정엄마는 혼자서 가게를 하셔서 못 비우신다며 파라과이로 오지 못하셨다. "나도 시어머니가 산바라지 해주셨어~"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카톡전화로 들으며 생계가 걸린 일이라 어쩔 수 없지, 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약간 들었다. 딱히 바란 건 아니었기에 바로 마음 정리를 하는 내가 이질적인 마음도 들었다. 한국을 떠난 지 그 당시가 12년째다.


나는 마인드가 이미... 엄마는 엄마 인생이 일순위지 내 인생이나 출산이 일 순위가 아닌데 못 오면 못 오는 거지 딱히 서운할 일은 아니다, 모든 엄마가 희생을 밥먹듯이 당연하게 할 수는 없다- 라며 그냥 받아들였다.


출산을 하고 아이 황달 때문에 일주일간 병원에 있다가 시어머니 집으로 출발하며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예 모른 채였다. 말 그대로 New Mother, 새내기엄마. 몇 번이나 인생에서 새내기였지만 이런 오묘한 매운맛 새내기는 결단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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