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마스쿠스 Jul 04. 2024

신혼의 기간은 얼마큼일까?

내 신혼은 단 4개월이었다. 그것도 반쪽짜리. 

고등학교 동창을 바에서 만났을 때, 미국인인 친구는 새로 만난 남자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귀엽지? 온라인데이팅 OKCupid에서 만났어!" 라며 자랑스레 말했다. 그래서 나도 프로필을 만들어봤다(!)

뉴욕 맨해튼에서 여초 회사에 다니며 온라인 데이팅을 시작한 나이는 겨우 스물두세 살 남짓.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그렇게 말고... 우연히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해보고 싶다. 

그걸 "자만추"라고 한다는 것은 나중에 한 예능프로에서 배우게 되었다.


남편은 그렇게 만나고 싶던 방법, "자만추"로 만났는데, 내 절친이 오랫동안 사귀어오던 남자친구와 결혼하면서 그의 친구로 만나게 된 것이다. 얼굴만 알고 지내던 우리는 회사가 가깝던 차에 곧 연인이 되었고, 1년이 막 되어가던 차에 아버님이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결혼을 급하게 해서인지... 서로를 충분히 알기에는 조금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그렇게 1년 뉴욕서 연애 후, 우리는 파라과이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던져졌는데, 그 후에도 4개월 만에 급작스럽게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아들이 결혼하는 것을 보고 눈을 감고 싶어 하던 아버님은 소원을 이루셨지만, 나는 내 하객이라곤 미국에서 와준 친구 커플과 엄마 아빠뿐이었다. 미국에서 영주권을 진행하고 있던 여동생은 나라밖을 나오면 영주권이 나올지 확실해지지 않기에 결혼식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일찍 결혼식을 진행했나 보면 그 상황의 심각함을 몸과 마음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의리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렇게 결혼하고 나는 아이를 빨리 갖기 위해 노력했다. 돌아가시지 전에 아버님이 손자를 보시면 좋아하시고 오래 사시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아버님이 3월에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교회를 다녀온 우리를 붙잡아 앉히시고는, "너희 아이 갖으려고 너무 노력하지 말아, 나 때문에 왔다 갔다 병원때문에도 힘들 텐데, 무리하지 말아라. 올 때 되면 올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다음 날 숨을 거두셨다. 아프셨어도 그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리라 생각 못했기에 아이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우리는 기쁘기도 하고 인생의 오묘함을 느꼈다. 시댁식구들은 아버님을 떠나보내서 많이 힘들어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온다는 사실에 또한 많이 기뻐했다. 슬픔과 기쁨사이, 나의 짧은 신혼 생활이 지나가고 있었다. 5개월 안에 나는 이민도 오고, 결혼식도 하고 장례식도 치르고, 막 임신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사다난한 결혼생활의 시작이었다. 



이전 11화 친구와 지인 사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