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과 오연수
엄마는 내가 예쁘게 크길 바랐다.
내 태어나 첫 이름은 "연수" 일 정도로 엄마는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오연수 배우를 좋아하셨다.
그에 쌍벽을 이루는 고소영 배우도 굉장히 좋아하셨던 것도 같은 것이, 엄마는 두 여배우가 나오는 신문 속 사진들을 물풀과 가위를 들고 스륵스륵 잘라 꼼꼼히 스크랩 북에 붙이곤 하셨다. 그리곤 자랑스레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예쁘지? 엄마가 너 예쁘게 크라고 예쁜 여배우 사진을 모이서 스크랩하고 있어!"
이미 그 스크랩북은 꽤 진행(?)되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유치원 때인데도 기억하고 있다.
엄마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하며 나의 예쁘게 큼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런다고 예쁘게 되는 것도 아닌데...
그 사진 속의 배우들은 상큼하고 청순하고 예쁘고 날씬하다.
우리는 허름하지만 정갈하게 니스칠을 깔끔히 해놓은 내 방에서 그 스크랩북을 펼쳐 구경하고 있었다.
엄마의 또 다른 희망의 공책이었던 고소영 오연수가 살던 스크랩 북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건 확실하다. 엄마는 두 딸인 나와 동생이 예쁘고 밝게 크길 원하신 것. 희망적이고 낙천적인 엄마는 당시 그 배우들처럼 20대였다.
같은 20대였지만 엄마는 이미 딸 둘의 가정주부, 부업을 하며 어찌어찌 딸들을 키우고 유치원에 보내고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악착같은 모습이다.
신문 속의 그녀들은 엄마의 속은 알지 못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밝고 아름답고 싱그러운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엄마는 엄마의 스크랩북에 모아놓으며 엄마의 딸들인 우리가 그들처럼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기를 바랐으리라, 짐작해 본다. 우리의 찬란한 20대를 그려보며 말이다.
나는 내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며, 밝은 미래를 빌며 스크랩 북을 만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엄마처럼 간절하게 더 나은 모습, 멋진 모습을 내 아들들에게 선물해 줄 각오가 되어 있은 적이 있었나? 부끄럽지만 없다... 엄마는 악착같고, 목표가 뚜렷했고, 멋진 것을 늘 스크랩했다. 엄마가 성공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