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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Aug 28. 2024

리서치하는 그 눈과 발에 관하여

엄마는 쉬는 법이 없었다.

엄마는 엉덩이가 가볍다.


165센치의 키에 50키로.

엄마가 뚱뚱한 모습을 내가 살아온 35년동안 단 한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엄마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여자다.


그리고, 엄마는 포기를 모른다.


엄마 곁에는 늘 어떠한 수첩이나 포스트잇이 함께 지낸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적어내려가는 습관과, 고객과 통화중 어떠한 요구사항이나 중요사랑을 적을때- 그리고 어디선가 멋진 무언가를 보면 엄마는 보이는 종이에 손을 뻗어 글씨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엄마는 리서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하자, 엄마는 왠일로 마음을 크게먹고 내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기 마음먹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식만이 엄마의 목표는 아니었다.


엄마는 리서치가 하고 싶었다.




몇달 전부터 가고 싶었던 가구점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같았고, 그곳들의 주소를 내게 보내어 어디쯤인지, 어떤 가게인지 보고 오라고 한적도 있었다.


졸업식 당시 나는 너무나 몸이 갑작스레 아파져서 거동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몸이 너무 아파서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았고, 5월의 따스한 날을 즐기지도 못한채 졸업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병이 나버렸다.


그러나 엄마를 위해서라면....

나는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내어 엄마가 원하는 부띠크를 하나, 하나... 돌기 시작했다.


아픈 나를 당연히 걱정했지만, 엄마는 눈치를 보며 가구구경을 해나갔다.

그리고, 엄마의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뉴욕에 없는 것이 어디있으랴...

최고급 가구부터 빈티지 가구까지, 총망라한 도시에서 엄마는 꿈을 꾸듯 돌아다니며 하는 말이 있었다.


"너 그거아니... 엄마 중국에 하루걸러 출장 다닐때 말이야...그때 사람들이 엄마 빨간신발 신은 발발이라 그런거... 빨간 단화 신고서 안돌아다닌 가구거리가 없었다..? 그때는 정말 신나서 물건 보러 다녔어... 하나두 피곤하질 않았다구..."


눈은 그대로 가구에 두고 슬쩍 만져보며 엄마는 과거를 회상했다.


"그래, 엄마? 엄마 대단하네!! 멋지다..."


"그리구.. 엄마가 해주고 싶은 말은 말이다. 리서치를 해야돼, 뭘 할때는 말이야... 디자인도 뭐 다 머리에서 나오는건가? 뭘 알아야 제품을 만들지. 내눈에 이쁜거는 남 눈에도 이쁘다구."



엄마의 눈은 예리했고 아름다운 가구를 보는 안목은 뛰어났다. 막 33- 34살, 내 나이보다도 어린 나이에 엄마는 중국을 왔다갔다하며 물건을 해왔을 것이다. 하루종일 발이 부르튼것도 모른채 젊고 젊은 내 엄마의 사업이야기. 나는 엄마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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