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엑셀도 할 줄 알아?
어느샌가 컴퓨터를 배운 엄마였다.
따닥, 따닥..
엄마는 느린 손으로 독수리 타자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노트북 하나를 구해오더니 우리에게 몇 번 물어본 후, 혼자 더듬더듬, 연습을 하더니 어느샌가 워드와 엑셀을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중국의 거래처에서 보내온 물건 리스트를 엑셀로 받아서 그것을 하나하나 보고, 한국말로 번역해서 고치는 작업을 느리지만 꾸준하게 해 나갔다.
끝도 없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작은 사진 때문에 무슨 물건인 줄 모를 때는 줌을 써가며...
본인이 하나하나 검열하고 가격을 체크하고, 도매가와 소매가를 나누고 제품명 오타를 찾아내며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가게를 이태원으로 옮긴 후에는 9-10시 전후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 작업을 더 하는 일이 있었다.
하루는 안 힘든가 싶어서,
"엄마, 안 힘들어?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왜 또 하는 거야?"
라고 물었더니 짱짱한 목소리로
"내 일이고 내 물건인데 뭐가 힘드니? 하나도 안 힘들어, 재밌어."
라며 빙글거리며 웃었다.
엄마는 에너지가 늘 넘쳤고, 눈빛이 초롱초롱했고, 의지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씩씩한 엄마는 눈썰미와 수완이 좋아서 늘 새 제품 고민 중이었다.
그리고 컬렉션 느낌으로 중국에서 제작을 하거나, 한국에서 정교한 작업을 끝내기도 했다.
내가 엄마에게 배운 것은, 직원을 써도 되는 일도 본인이 늘 해보는 것이었다. 엑셀 같은 경우 더 젊은 직원이 하는 일인데, 엄마는 그것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늘 보고 싶어 했다.
본인이 사 오는 제품의 재고도 궁금했고, 이제 언제 선박이 도착한 건지도 궁금하고.. 사업의 원동력은 사장이 얼마나 비즈니스에 관여하고 챙기는 것에 달려있다는 것을 학생 때 이미 엄마를 통해 어렴풋이 배우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진로결정을 앞두고 당연히 원래 진학하던 패션디자인과를 가려하자 대신 패션마케팅은 어떻냐며 패션을 하시던 주변 지인을 만나게 해 주셨다. 옷을 잘 디자인하려면 고급을 입어봐야 한다고도 말해주고 가구디자인 전공을 해서 같이 일을 하자고도 하셨다. 나는 엄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디자이너가 되었고 8년이 지난 지금은 알 것 같다. 왜 엄마는 그런 말을 하셨는지... 마케팅이 재밌던 엄마는 그 비법을 엄마의 사업에 특출 나게 적용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