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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Sep 11. 2024

엄마는 좌절하지 않는다.

희망을 놓지 않는다.

어느덧 마흔이 훌쩍넘은 엄마였다.


2014년이었나...

모든 것을 잃게 된 엄마는 나갈 가게가 없게 되었다. 

3년만에 한국에 나갔는데, 내가 보았던 으리으리한 강남의 가게는 없어지고 엄마는 설상가상 아무 가게도 없이 건물에서 나오게 된것이다. 


엄마는 빈땅에 건물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8년간 건물 수익금을 받았다. 

그 아이디어를 누가 줬는진 모르지만 솔직히 원망스럽다. 


건물 임대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삼십대 중반인 지금은 어렴풋이 알것도 같은데...


엄마는 그 당시 강남의 건물주가 되고 싶었고, 가진 전재산을 털어 남의 건물을 지어주고 8년간 그곳에 머물렀다. 그 시간동안 임대가 잘 되어서 건물 짓는 값 본전을 뺄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고, 나올때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공실이 있을 수도, 수금이 안될수도. 생각보다 보수가 많은 신축 건물일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떤때는 일이 생각같이 안될때가 있다. 


엄마는 그럴때일수록 더욱 생활을 놓지 않기로 했다. 


1억이 넘던 엄마의 꿈의 차, 열심히 타고 다니던 흰색의 애마 또한 어려운 가운데 이별을 고해야했고, 집은 원룸으로 이사해야 했지만...

십년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던 엄마는 씩씩하게 버스카드를 충전하며 오랜만에 본 내게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됬어. 하지만 엄만 포기하지 않아."


엄마는 열정으로, 힘을 다해, 정말 앞만 보고 달려온 사업을 임시적으로 접으며 내게 말했다. 

다른 말을 딱히 없고 지금은 가게가 없지만, 사업자는 아직 살아있으며, 다시 꼭 일어설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엄마를 믿었다. 

누구보다 굳게 믿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먹고살만큼, 어렵지 않게 다시 일어나게 해달라고. 금전적인 어려움이 나아지기를 계속해서 빌고 또 빌었다. 


내게 주어진 휴가는 단 일주일. 

그동안 엄마의 집에 머무르며 본 모습은 놀랄 정도였다. 

엄마는 아침 7시부터 작은 식탁에 앉아 책을 펼쳐 읽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음 가구 디자인 영감을 얻기 위해 각 나라의 브랜드를 찾아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 저장했다. 

언제 다시 가게를 하게 될지도 모르고, 가게도 없고. 돈도 잃었는데.

엄마는 리서치 하는 것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다음 제품 디자인을 하고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내고, 견적을 냈다. 


정말이지 놀라웠다.


절망하고 우울하고, 슬퍼할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엄마는 이 시간을 재충전의 시간으로, 충분한 리서치와 휴식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가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뉴욕으로 돌아가고도 엄마는 계속 희망의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가게도, 자본도 없었지만 꿈이 있었다. 

 

기적은 있는 걸까. 1년여가 지난 후 다시 본 엄마는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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