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진로, 꿈 그리고 열정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네 꿈은 뭐야?"
라는 말을 우리는 아주아주 어릴 적부터 물음 "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는 꿈을 직업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는데, 내가 사랑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경제활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리고 어린 나이부터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꿈이나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꿈을 못 찾으면 목표 없는 사람이나 한심한 사람으로 은근슬쩍 치부할 때도 있고, 직업이라는 굴레 안에 꿈을 끼워넣기도 한다.
뉴욕의 산기슭에 살게된 17살의 나에게는 꿈이라는 것이 있었다 쳐도, 나와 가장 친한 친구들조차 미친 듯이 타오르는 열정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학교에서, 그 누구에게도, 이상히 여겨지지 않았다.
꿈이 있는 나를 친구 크리스틴은 격렬하게 응원해 주었다.
우리는 그 겨울, 농구와 스키, 연극부중에 연극부를 택하여,연극부 소품실에 들어가서 추운 겨울을 바깥대신 따뜻한 학교 건물 안에서 보내고 있었다.
봄 연극에 쓰일 세트 전체를 칠하는 일과 무대 의상을 만드는 일을 하던 우리 둘을 제법 친해졌고- 내가 패션디자인을 목표로 맨해튼에 있는 두 패션학교에 원서를 낸다는 말을 하자, 크리스틴은 너무나 좋아하며 "프로젝트 런웨이"(당시 인기있던, 패션디자이너 경쟁 프로그램) 에서 볼 수 있는 거냐며 내게 너는 할 수 있어!! 대단한 디자이너가 될 거라며 용기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본인도 패션을 좋아하고 미술도 좋아하지만 이것을 직업으로 할지는 잘 모르겠고, 대학 생각을 아직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상은 크리스틴이 더욱 패션에 가까운 것같이 느껴진 나였다..
그 애는 나보다도 훨씬 넉넉한 부모님 아래에서 마크 제이콥스에서 나온 신상 플랫슈즈를 신고, 고급옷을 입으며 맨해튼에 집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디서 시작할지도 모르고 대학도 잘 생각을 안 해봐서 일단 성적에 맞는 대학교(Liberal Arts Schcool)에 가서 미술을 공부해 본다고 여유롭게 말했다. 걱정안해~ 어찌되든 되겠지 뭐- 라는 편안한 마음이었다.
미국에서는 갭이어Gap Year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갭이어란, 학년과 학년 사이 1년을 휴학하고 원하는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동안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원하는 과로 전과를 하는 것을 준비할 수도 있다.
빨리빨리, 모든 것을 시간에 맞게 얼른 끝내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행보와는 다른 갭이어. 여유로운 성격과 그보다 더 여유로운 지갑이 함께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땡!
내가 만난 미국의 많은 친구들은 스스로 돈을 벌어 갭이어를 보내는 친구들도 많았고, 학자금대출을 받아 1년을 보내는 친구들도 많았다. 이들은 1년 동안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보고 생각해 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미래를 소중하게 탐구했다.
무엇을 원하는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이 대학은 나에게 맞는 것인가, 이 과는 나에게 맞는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산기슭의 기숙 고등학교에서 알려준 것은 이것이었다.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았을 때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그곳에 도달할 것인가.
그리고 여러 가지 진로에 관해 배우고 리서치도 직접 하며 직업의 종류에 대해 알아간다.
꿈과 진로, 직업 이 세 가지의 의미를 배우고 스스로 선택하는 이 2년의 시간이 나에겐 매우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학교란 이런 곳이어야 한다.
청소년기는 이런 시간이어야 한다.
시간을 허락하고, 활용하며 탐구하고 알아보고 느끼는 시간자체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나는 산기슭의 학교 속, 순수한 자연 안에서 마음껏 그 과정을 지내는 친구들과 함께했다.
그러나 학교는 나에게 또다른 선물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