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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Oct 04. 2024

파라과이 어때요?

내가 늘 받는 질문이다.

누구나 나를 만나면 물어보는 말... "파라과이 어때요?"


3단짜리 검은 이민가방과 박스 두 개에 28년의 인생을 담아서, 2016년 10월 5일 남편과 막막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파라과이.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일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부색이 자기들과 다르기에 늘 내게 파라과이가 어떻냐고 묻는 현지인들.


같은 처지로, 미국이나 한국에서 이민온 한인 분들이 궁금함에, 그리고 할 말이 없을 때 묻는 질문, "파라과이 어때요?"


신기하게도 뉴욕에서는 뉴욕 어때요?라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묻지 않아도 대답은 당연히 너무 좋다, 아이러브 뉴욕이라는 티쳐츠가 도처에 깔려 있는 이유다.


왜 여기에서는 어떻냐는 말을 많이 듣는 것일까.


아마 안 좋을 것을 대비하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라과이는 덥고 습하다.

그리고 개발도산국이다.

여기는 없는 것도 많고, 먹을거리도 다양하지 않다.

공산품은 싸지만, 수입품은 비싸다.

취미활동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있다고 해도 뉴욕 링컨센터나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서 봤던 것에 비하면 장난하는 것 같다.


-라고 말하기를 기대하는 것일까, 하고 자조했던 적이 분명 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참으로 고마운 곳이다.


늘 겨울이 길어서 여름을 기다리던 뉴욕과는 다르게 따뜻한 나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망고를 마음껏 먹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생활비가 저렴하기에 적은 돈으로도 여유롭게 살 수 있다.


공연을 보는 취미생활 대신, 집의 작은 정원에 깻잎이나 로즈메리를 키우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쇼핑을 잘 안 해서 돈이 많이 굳는다.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파라과이 생각보다 살기 좋다고.


그리고 어디에 살던 마음가짐과 누가 곁에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나이가 온 것 같다고 말이다.


처음 도착하여 말을 못 해서 누가 나에게 제발 말 걸지 말기를 속으로 빌며 쭈뼛거리던 지난날...


처음 만난 남편 식구들 때문에 겪었던 감정, 일련의 사건들로 마음 상하고 눈물 흘리던 날들...


몸과 마음이 병들어 침대에 누워 밖에 나오지 않았던 무수한 날들.


모두 다 지나가니 그냥 과정인 것이다.


지금의 나는, 지나간 모든 날들이 쌓이며 눈물과 환희로 점철된 현재의 나인 것이다.


파라과이가 어떻냐는 질문은 앞으로도 종종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나 또한 종종 물을 질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많이 알려준 나라, 문화와 역사가 흥미로운 나라. 내 입맛에 모든 것이 맛있는 나라.


내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 내 아들 둘이 태어나고 자라 갈 나라.


내가 사는 나라, 파라과이.


10월은 파라과이의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아, 이제 나가서 쨍-한 햇볕 한번 쐬고 와야겠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여름이었다.






다음 편에서 에필로그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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