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의인사 Aug 10. 2023

이런 미사보집은 처음이지?

모태신앙인 천주교 신자이다. 할머니, 엄마로 이어지는

모태신앙.
엄마랑 아빠가 성당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성당에서 결혼까지 했으니 모태신앙일 수밖에.

천주교 신자라면 꼭 하는 예식이 있다.

바로 '첫 영성체'. 예수님의 몸이라고 불리는 하얀 밀떡을 모실 수 있도록 공부를 하고 경건한 맘으로 영성체를 모신다. 나처럼 어릴 때부터 모태신앙으로 성당에 다닌 신자라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공식적으로 첫 영성체를 모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첫 영성체 공부를 한다. 지금은 좀 여유롭여졌지만 라떼 시절의 첫 영성체 공부는 아주아주 힘들었다.(좀 더 고급 어휘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이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기도문을 달달 외우고 만약 외우지 못하면 집에 늦게 가야 하는.. 그렇게 난 아주 힘들게 기도문을 외우며 하루하루 첫 영성체를 할 수 있는 그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여자는 첫 영성체를 모시면서 미사보라는 하얀 보자기를 쓸 수 있다. 요즘은 많이들 자율화가 되면서 성당에서도 크게 강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천주교 신자라면 하얀 미사보가 상징이 되어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하얀 미사보를 담을 미사보집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이쁜 천으로 된 미사보집을 부모님들은 사주셨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미사보를 사주시지 않고 직접 만들어주셨는데 참 그땐 왜 그리 그게 부끄럽던지..
 성당 달력의 그림을 접어 겉은 두꺼운 비닐로 포장해서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어 주셨는데 말이다. 창피하다고.. 창피하다고.. 그리 울고불고 난리를 부렸지만 한 고집인 우리 엄마 셨기에 천으로 된 미사보집을 절대 사주지 않으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1년 우리 큰 아들이 첫 영성체를 받게 되었다. 남자아이라 미사보를 쓸 필요는 없었지만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든 엄마의 미사보가 더욱 생각이 났다.

손 때 묻은 미사보만큼 나 역시 나이를 먹어 이제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이젠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  미사보집은 그 어떤 미사보집보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엄마가 왜 그렇게 해주셨는지.. 늘 절약 정신이 몸에 베이신 분이셨기에 아마 그렇게 하셨을 것 같지만 그 이면엔 엄마의 사랑이 또한 가득 담겨있었으리라.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엄마가 어떻게 그리 아끼며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쓰다 남은 공책 뒷면을 쭉 찢어 늘 연습장으로 만들어주신 엄마. 그 모습을 지금 내가 아들들에게 하고 있다.

아끼고 아껴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키워주신 엄마. 워킹맘으로 늘 체력이 부족해 집에서도 나랑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 어릴 때는 참 많이도 원망했지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저질체력을 내가 물려받았으니...


다른 모습으로 자식들을 사랑한 엄마. 엄마가 만들어주신 미사보 안에는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 지금도 내 아이들과 그 사랑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 여유 좀 가지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