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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May 26. 2021

쌍둥이의 공동육아

어쩌다 보니 시작된 공동육아에 대한 생각


"엄마! 오늘은 어디로 가요?"


딸 J가 어린이집을 나서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오늘은 누구의 집에서 놀 거냐는 뜻이다.

자매인 쌍둥이 언니와 공동육아를 함께 한지 벌써 4년 차가 되었다. 우리는 한 동네에 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피를 나눈 찐친(아주 좋은 친구)이다. 그러다 보니 다섯 살 조카 S와 네 살 딸 J도 우리처럼 둘도 없는 자매이자 절친으로 지내게 되었다.


부모님이 일을 하시기도 했고, 손녀의 육아까지 짊어지시게 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부모님이 가까운 곳에 살고 계셨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7개월 차이로 출산을 한 우리는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동육아를 하게 되었다.


처음 함께 육아를 막 시작했을 때에는 화장실 갈 시간, 밥 먹을 시간, 눈 붙일 시간, 씻을 시간처럼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서로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며칠씩 감지 못해 항상 기름졌으며, 티셔츠에는 아기의 침 자국이 선명했다. 시어머니에게도, 산후도우미 이모님에게도 이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 육아의 모습까지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남편에게는 어쩔 수 없이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쌍둥이 언니와 공동육아를 하며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은 부분이 여기에 있다.

육아를 하며 누구의 도움을 받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쌍둥이 언니가 조카 S를 낳고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셨을 때에도, 첫 손주가 보고 싶어 방문한 가족들로 인해 불편 하시진 않을지 걱정했다. 시어머니가 오신다고 하면 식사 걱정, 어질러진 집안 걱정, 씻지 못해 꾀죄죄한 내 모습이 보였다. 일 하시는 친정엄마가 시간을 내어 오셔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런 부분들을 겪으면서 같은 나이에, 비슷한 월령의 아기를 키우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제일 잘 아는 우리가 함께 육아를 하는 것은 "몸도 마음도 한결 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머리가 떡져있어도, 김치 한 가지에 밥을 먹어도, 방바닥에 기저귀가 여기저기 널려있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에너지가 있을 때 움직이면 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알아서 분업이 되고, 필요한 것을 챙기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육아를 하며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더 감사하게 다가온다.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을까? 아이에게 분유 먹인 횟수를 기록하고, 이유식을 같이 만들고, 백일과 돌잔치를 함께 준비했던 시간들이 흘러 이제는 네 살과 다섯 살이 된 수다쟁이 꼬맹이들을 보며 함께 한 추억을 떠올리고 이야기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공동육아의 좋은 점을 꼽아본다면



첫째, 아이들이 함께 놀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혼자 있다면 엄마에게 하루 종일 놀아달라며 졸졸 따라다닐 텐데, 무얼 하며 놀아줄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둘이 어울려 잘 논다.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서로 양보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둘째, 엄마에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홀로 육아할 때의 막막함, 답답함, 힘겨움이 있다. 모든 게 수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함께 할 때 심적 부담감은 확 줄어든다. 동지가 있어 힘이 나고, 진정으로 공감해주고 공감받을 수 있다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대단한 것이다. 아이 둘이 어질러진 거실을 뒹굴고 있을 때 믹스커피라도 함께 마시며 고단함을 나누는 것만으로 잠깐의 쉼이 된다.



셋째, 아이들이 엄마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진 다양한 놀이, 식사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쌍둥이라 하더라도 다른 부분이 많다. 쌍둥이 언니는 간단하면서도 손이 덜 가는 식사 준비로 에너지를 최소화하자는 주의이고, 나는 손이 좀 더 가고 힘이 들더라도 벌려 놓고 하는 놀이(모래놀이, 물감놀이)를 준비하고, 식사도 여러 가지 반찬을 준비하는 편이다. 누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은 그저 엄마가 준비해 주는 데로 즐겁게 놀이하고 맛있게 먹는다. 그렇게 까다로움은 사라지고, 새롭고 다양한 것을 즐기며 적응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안 먹던 콩나물도 언니가 맛있게 한 입 먹으면 동생도 한 입 따라먹어 보면서 그렇게 커가는 것이다.



넷째, 각자 볼 일이 있을 때 서로 믿고 육아를 부탁할 수 있다.

약속이 있을 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길 때가 없다면 정말 막막하다. 이럴 때 언제든 믿고 부탁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다른 가족에게 아이를 부탁해야 할 때도 있는데, 잘 있는지 수시로 연락을 하게 되고,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볼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집에 있는 아이가 떠오르는 것이다. 쌍둥이 언니에게 부탁했을 때에는 밖에 있는 동안에도 잘 먹는지, 잘 노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함께 한 시간이 있기에 딸 J를 엄마인 나만큼 잘 알고 살펴주며, 편히 다녀올 수 있도록 중간중간 사진을 보내 내 마음까지 챙겨준다. 반대로 쌍둥이 언니에게 볼일이 있을 때 나도 마찬가지로 배려한다.



누군가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일상을 보낸다는 것은


쌍둥이 자매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함께 할지라도 각자의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서로의 삶을 존중해 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임을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붐비는 집안에서 남편들도 조용히 있고 싶은 시간이 있음을, 가족끼리 오붓하게도 보내고 싶음을 우리는 간과했다. 공동육아를 하며 이런 부분들이 종종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매일 독박 육아를 해보고 그런 소리를 하라며 남편과 다투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님을 알기에 유연하게 각자의 삶도 존중하며 공동육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나와 남편, 언니와 형부는 연애시절부터 자주 만나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남편들의 털털한 성격 덕분에 불편할 수 있는 부분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주었기에 지금의 공동육아가 가능했다.


공동육아는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육아의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공동육아라고 추천하고 싶다.

주변을 둘러보면 조금씩 다른 형태일 뿐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가깝게는 남편, 친정엄마, 시어머니, 도우미 이모님과 함께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이며, 동네에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이 번갈아가며 학원 픽업을 하기도 한다. 또 어린이집의 같은 반 친구의 인연으로 만나 부모가 모여 한 동네에서 함께 육아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공동육아의 시작이 아닐까? 이제는 더 이상 육아라는 위대한 일이 엄마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가족마다 다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다양한 공동육아의 형태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일 뿐이다.



공동육아는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


공동육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 스킬이 아닌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임을 몸소 배웠다.

혼자 하는 육아였다면 버겁고 외로운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이었을 것이다. 딸 J에게도 친구 같은 언니 S가 있어 하루가 즐겁고, 나도 친구 같은 쌍둥이 언니가 있어 육아라는 공통분모를 함께 헤쳐나가며 힘들지만 의미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4년의 공동육아를 하며 이제는 하루 루틴도 어느 정도 잡히고, 나날이 업데이트되어간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응원한다.

엄마로의 삶, 나로서의 삶 모두를 잘 살아내기 위해 돕는다. 그렇게 엄마도 아이도 함께 성장한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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