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다D May 30. 2021

오후 4시, 공동육아를 시작합니다!

공동육아하는 엄마들의 오후 루틴


아이들이 하원 하는 오후 4시


공동육아는 시작된다.

우리는 한 달 30일에 25일 만나는 사이이다.

주말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함께 지낸다. 사촌인 꼬맹이 둘은 만나기면 하면 투닥거리면서도, 하루라도 못 보면 보고 싶다고 난리가 난다. 한 주에 3일은 쌍둥이 언니의 집에서, 3일은 우리 집에서 그날의 담당 엄마가 준비한 즉흥 커리큘럼으로 공동육아를 시작한다. 누가 준비하느냐에 따라 하루 일과는 조금씩 달라지는데 루틴을 간단히 남겨보고자 한다.


공동육아 1교시


“여보세요? 오늘은 어떻게 할까?”

“날씨가 좋으니까 밖에서 좀 뛰어놀게 할까?”

“미세먼지 한번 체크해볼게! 보니까 오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모두 좋음이네!”

“그럼 하원 후에 공원에서 만나!”


아이들이 하원 하기 전 날씨 체크는 필수이다.

미세먼지와 바람이 없고 햇살이 좋은 날이면 참새방앗간인 집 앞 공원이나 단지 내 놀이터로 향한다.

이때 필수 준비물은 씽씽이(킥보드)와 비눗방울, 탱탱볼이다.

먼저, 공원으로 가며 준비운동으로 씽씽이를 탄다. 에너지 넘치는 조카 S는 부스터를 장착한 듯 힘차게 발을 굴러 저만치 가버리고, 아직은 방향 바꾸기조차 서툰 딸 J는 “언니! 같이 가!”를 외치며 부지런히 따라간다.


이어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어주면, 이리저리 뛰놀며 신나게 비눗방울을 터뜨린다.

그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금세 동네 꼬마들이 하나둘 모여 친구가 되는데, 서로 한 번만 하고 싶다며 내게 와서 말을 건다. 요즘 꼬마들은 참 붙임성도 좋다. 그러면 나는 일렬로 줄을 세워 공평하게 한 번씩 비눗방울을 만들게 해 준다. 이때 S와 J도 내 것이라고 떼쓰지 않고 함께 줄을 서 기다린다. 네 살, 다섯 살 꼬마들은 이렇게 사회생활과 양보도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소진 템인 탱탱볼 주고받기, 발로 찬 공 뛰어가서 주워 오기 등을 하고 나면 신나게 뛰어 논 아이들의 얼굴이 벌겋게 익어있다. 그러고는 함께 좋아하는 동요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온다. 매번 같은 놀이인데도 아이들은 한결같이 좋아해 준다.



공동육아 2교시


누구의 집으로 갔느냐에 따라 역할은 조금씩 바뀌게 되는데, 딱히 정해진 것 없이 되는 데로 서로 나누어하게 된다. 한 시간 정도 신나게 놀고 돌아오면 배가 고플 아이들을 위해 먼저 손을 씻기고 간단히 과일이나 요플레를 간식으로 챙겨준다.


엄마 둘은 놀아주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쌍둥이 언니는 간단하게 놀아주는 것을 선호하고, 나는 좀 번거롭더라도 벌려놓고 하는 놀이를 준비해 주는 편이다. 쌍둥이 언니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맞는 말이다.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무엇을 준비하든 아이들이 신나게 놀아주니 고맙다.


언니 집으로 갔을 때에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조카 S덕분에 각종 재료를 활용한 미술시간이 시작된다.

물감, 사인펜, 색연필 등 각자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종이와 재료를 내어준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오려서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로 열심히 붙인다. 조카 S는 공주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마법봉을 들고 있다. 딸 J는 뭉크의 <절규>와 비슷해 보이는 얼굴을 종이에 크게 그리거나, 종이를 접어 엘리베이터, 코끼리 등 생각지 못한 다양한 사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집으로 왔을 때에는 점토놀이, 모래놀이, 식사와 놀이가 함께 해결될 수 있는 꼬마김밥 싸기, 토르티야 피자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쌍둥이 언니는 맹자의 어머니가 따로 없다며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준비하고 치우는 과정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싶다.



공동육아 3교시


엄마 한 명은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고, 다른 한 명은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 또는 생선 반찬 한 가지는 꼭 준비하는 편이다. 그 외에 밑반찬은 여유가 될 때 돌아가며 만들어놓는다. 아이들은 잔멸치 볶음, 두부 부침, 계란 프라이, 오징어 실채 등을 잘 먹는다.

당연히 채소는 싫어하는데, 채소를 먹이기 위해 곱게 다져 볶음밥도 자주 해주는 편이다. 되도록 어른들도 아이와 같은 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찌개나 국 한 가지 정도만 더 내는 정도로 준비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이 저염식으로 먹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되도록이면 준비가 되는대로 저녁식사를 빨리 시작한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식사를 마치고 빨리 집으로 가야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 다섯 살인 S는 혼자서도 잘 먹는 편이고, 네 살인 J는 잘 먹지 않아 인내심을 가지고 먹게끔 도와야 한다.


만약 혼자 딸아이와 놀아주며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매일이었다면, 원푸드 다이어트처럼 원푸드 식사를 지향했을 것이다. 함께이기에 다양한 메뉴 준비가 가능하고, 함께이기에 더 꿀맛인 식사가 되는 것 같다.

항상 잘 먹다 보니 살 뺄 틈이 없다는 치명적 단점도 있지만 말이다.



공동육아 4교시


식사를 하고 엄마 한 명은 설거지, 또 한 명은 아이들 목욕과 양치를 시킨다.

겨울엔 이틀에 한번, 여름엔 매일 씻긴다. 인형 목욕시키기, 물감놀이, 거품 놀이 같은 간단한 놀이를 하도록 준비해 주면 아이들이 목욕시간을 더욱 즐거워한다. 아이들을 씻겨 한 명씩 욕실 밖으로 내보내면, 설거지를 얼른 마치고 와 옷을 입히고 머리를 말린다. 이때 아빠들 중 한 명이라도 퇴근해서 식사를 함께 했을 경우, 아빠가 설거지 또는 목욕을 맡아한다.



공동육아 5교시


글로 적기만 해도 하루가 참 길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렇게 다 하고 나면 이르면 8시, 늦으면 9시가 채 못된 시간이 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노는 대로 두고, 준비가 되는 대로 식사를 하다 보니 취침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였다. 더구나 내일 또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누군가 한 명은 집으로 가야 하는데, 더 놀고 싶다며 울고 떼를 써서 이 시간이 너무 힘들기도 했었다.


우리는 공동육아를 포기해야 할지도 고민했었지만,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육아가 훨씬 수월했고 아이들도 좋아했기에 마무리시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조율하며 계속 노력했다. 그렇게 아무리 늦더라도 8시 반에는 집에 가자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헤어져 집에 돌아오고, 조금 놀다 책을 읽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빠가 퇴근 전이라면, 그전에 반드시 아이를 재워야 한다는 점이다. 아빠를 보고, 놀고 싶어 늦은 시간까지 안 자려고 하면 엄마의 육퇴(육아 퇴근)는 점점 더 늦어져 피로도가 최고치에 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분노 게이지도 함께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특수한 경우만 제외한다면, 평범하고 소소한 공동육아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함께 육아를 한다는 것은 쌍둥이 자매라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이만큼의 루틴이 만들어지는데도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우리는 부모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 우리를 쌍둥이로 낳아주신 거라 말하며 공감한다.

쌍둥이로 살아온 것 자체가 더불어 산 삶인 것이다. 점점 혼자인 삶이 당연해지고 편해지는 나 홀로 시대에서 공동육아는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직접 느끼며 자라도록 해준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더불어 지내며 서로의 삶에 선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전 01화 쌍둥이의 공동육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