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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Jun 09. 2021

공동육아의 목욕법

아이 두 명을 동시에 씻기는 방법


딸 J가 목도 가누지 못하던 시절



나보다 7개월 선배인 쌍둥이 언니가 조그만 세숫대야에 따끈한 물을 받아 위풍당당하게 딸 J를 씻기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었다.


바둥거리는 J를 안고 나 홀로 목욕을 시킨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던 때도 있었다.

공동육아를 하고 있는 지금, 나는 동시에 두 명을 거뜬히 씻겨낸다


못할 것 같은 일도 막상 닥치면 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육아를 하며 몸소 배우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이 조금만 뛰어놀아도 금세 땀범벅이 되는 후텁지근한 날씨이다.

겨울에는 이틀에 한번 씻겨도 되는데, 여름에는 매일 씻겨야 한다.


네 살, 다섯 살 두 꼬맹이를 씻기며 경험한 목욕에 대한 소소한 팁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목욕을 좋아하게 만들기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품 놀이


드라마에서나 보던 거품목욕을 아이들에게 해주면서 대리 체험을 한다.

나도 유칼립투스향 나는 거품 속에서 맥주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 참 부럽다.

어른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두말할 필요 없이 거품 놀이는 단연 베스트 목욕놀이이다.


욕조에 입욕제를 조금 넣고 물을 받으면 몽글몽글한 거품이 한가득 피어난다.

아이들은 거품을 모아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소꿉 그릇에 거품을 담아 숟가락으로 퍼내기도 한다.

거품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역할극을 하며 둘이서 열심히도 논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부지런히 욕조에 물을 받아 거품 놀이를 해주었다.

그러다 관리비 고지서의 급탕비를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날마다 해줄 수는 없었다.

씻길 때마다 거품 놀이를 해달라며 졸라대는 아이들의 성화를 잠재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물값을 아껴보려고 입에서 게거품이 나오는 거품 뱉는 꽃게도 구입해봤다.

꽃게의 입에 바디워시와 같은 물비누를 넣어주면 되는데, 물비누 사용량이 많은 데다가 물을 받지 않고 해주다 보니 바닥이 미끄러워 샤워할 때 해주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온몸으로 그림 그리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욕실 벽을 놀이의 공간으로 꾸며주었다.

별다른 건 아니고, 벽에 전지 두 장만 붙여주면 된다.

요즘은 목욕할 때 사용하는 크레파스도 나온다. 타일 위에 그려도 물을 뿌리면 잘 지워진다.

물감을 준비해주면, 호기심이 많은 J는 손바닥, 발바닥에 색칠을 해 벽에 꾹꾹 찍는다. S도 멋진 그림을 그리다 J를 발견하고 함께 따라 한다. 어차피 씻을 거니까 온몸으로 도장 찍기를 하며 놀게 한다. 오감 수업도 하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며 심호흡을 해본다.



“엄마는 힘들다”



목욕놀이는 아이들은 신나지만 엄마는 뒷정리가 힘들다.

사실 샤워만 간단히 해주고 빠르게 목욕을 마치고 싶은 마음이다. 오랜 시간 목욕놀이를 하고 있으면 육퇴는 점점 늦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차 목욕을 할 때도 규칙을 정하고,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다.



두둥! 아이 둘 씻기기 노하우 대공개



거품 놀이는 주 1~2회만 해준다.

처음과 달리 욕조에 물을 가득 담지 않고, 얕게 받아 물이 식기 전까지만 15분 내외로 놀게 한다.

씻기 5분 전에 아이들에게 시간을 알려준다.

5분만 더 놀 수 있다고 말이다.

아직 시계는 볼 줄 모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5분인지 느낌으로 알고 있다.


이때 누가 먼저 씻는지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더 놀고 싶기 때문이다.

처음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먼저 씻는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서로 어떻게 하면 질 수 있냐고 지고 싶다고 한다. 못 말리는 똘똘이 자매이다.

부작용은 이기고도 기분이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기 시작한다.


방법이 필요했다. 먼저 씻는 사람은 선물이 있다고 하니 서로 먼저 씻겠다고 한다.

선물이 뭐냐고 묻는다. 씻고 나가면 알 수 있다고 답해준다.


씻고 나오자마자 잊지 않고 ‘선물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때 마음에 드는 속옷이나 잠옷을 고르게 한다거나, 읽고 싶은 책 먼저 고르기, 양치 전이라면 오늘 먹어야 할 비타민 젤리를 주곤 한다. 실망하고 울어버릴 때도 있지만, 약간의 트릭을 이용해 빠르게 목욕 순서를 정할 수 있는 그나마 유익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적다 보니 우리는 참 많은 고민과 실행을 했구나 싶다.


평소에는 간단히 머리 감기와 샤워만 한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안아서 머리를 감기면 되지만, 꽤 커버린 아이들을 계속해서 안아서 감길 수는 없었다. 샴푸 캡을 사서 씌워보기도 했지만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적응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득도하는 심정으로 '하늘비행기 보기 훈련'을 꾸준히 한 결과, 서서도 고개만 젖혀 샴푸를 할 수 있게 되었다.(사실 별거 없다. 비행기 간다~하늘 보자!라고 끈기를 가지고 계속 말한다.)


그러다 비누거품이라도 눈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들은 “눈~ 눈~”하며 다급히 SOS를 외친다. 그러면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수건으로 눈을 닦아주면 된다. 이제는 눈에 물이 들어가는 순간에도 손으로 쓱~한번 닦아주기도 한다.


이때 간단하고도 재미있게 목욕시간을 만들어주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샤워타월만 하나만 있으면 된다.


머리를 감길 동안 비누를 묻혀 아이에게 샤워타월을 건넨다.


“J야~오늘 유리창이 너무 지저분하네! J가 좀 닦아줄 수 있겠어?”

“네~그럼요!”


그때부터 J는 온 정성을 다해 샤워부스 유리를 닦는다. 그러면 좀 더 위에도 닦아줄 수 있냐고 주문한다.

그럴 때 고개를 더 위로 젖히게 되는데, 눈에 물이 안 들어가면서도 깔끔하게 머리를 헹궈낼 수 있다.


이어 샤워기를 쥐어주고 샤워부스 유리에 물을 뿌리도록 도와준다.

“엄마~꼭 세차장 같아요!”라고 말하며 매일 해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어한다.


그때 "어머나! 정말 깨끗해졌네~J야 도와줘서 고마워!"라며 폭풍 칭찬만 곁들여주면 된다. 엄마를 도왔다는 뿌듯한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샤워를 마친다.


요즘 새롭게 즐기고 있는 간단한 놀이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인형 목욕시키기'이다.


샤워하는 동안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콩순이에게 똑같이 비누칠을 해주고, 머리를 감겨주며,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준다.


위에 쓴 번거로운 목욕놀이 준비에 비하면 너무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언니로서 동생을 씻겨준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




목욕이 끝나고 난 뒤



공동육아의 힘은 이때 발휘된다.


엄마 한 명은 세신팀, 또 다른 엄마 한 명은 미용팀이다.

아빠와 함께 씻길 때에도 같은 시스템이다.


큰 수건을 둘러 욕실 밖으로 내보내면 아이들은 ‘추워! 추워!’를 연발한다. 그러면 재빨리 머리의 물기를 털고 로션을 발라 잠옷을 입힌다.

한 명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거의 다 말려갈 때쯤이면, 다른 한 명의 샤워가 끝난다.


세신팀의 엄마는 욕실 정리를 하며 아예 씻고 나온다. 미용팀에서는 양치를 끝으로 잠잘 준비를 마친다. 아이들이 양치를 하는 동안 옆에서  "아야~아야 아야~"하며 충치 벌레가 죽는 리액션을 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다양한 역할 요구한다.


혼자 하면 힘들지만 나눠서 하면 수월하다. 아이들도 혼자 하면 그냥 목욕이지만, 함께 하면 놀이가 된다.

목욕 하나에도 엄마의 혼을 실은 정성이 들어간다. 육아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내 한 몸 씻을 때에 이렇게까지 생각에 생각을 더해 씻어본 적이 있을까?


씻고 난 아이들 얼굴에서는 빛이 나고, 내 얼굴은 씻었는데도 늙어있다.

종일 신나게 놀고 개운하게 씻으니 아이들의 눈에는 잠이 쏟아진다.


이제 한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엔 힘들었던 이별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언니~내일 봐!”

“J야~잘 자!”


굿 나잇 인사를 하고,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침대에서 책을 읽어주며 육퇴를 기다린다.


“J야! 늦었다! 빨리 자자!! 엄마도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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