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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Jul 06. 2021

똑같은 거 두 개 사는 심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육아!



"너희 키울 때도
똑같은 걸 두 개씩 샀었는데...



손녀들 것도 같은 걸 두 개씩 사고 있으니,,,

똑같은 거 두 개 사는 심정을 아니?”



아이들에게 줄 똑같은 장난감 두 개를 사 오시며 아빠가 말씀하신다.


다른 걸 두 개 사서 서로 바꾸어가며 놀면 더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신 거다.

쌍둥이 아빠의 숙명이자, 공동육아로 키우는 손녀 둘이 있는 할아버지로서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J야~언니한테 양보 한번 할 수 있어?”


J는 대답 없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양보하면 기분이 좋아져~ 지난번엔 언니가 양보해줬잖아.”


J가 인형을 양보해주길 꾹 참고 기다리던 S는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콩순이 인형, 핑크색 토끼 숟가락,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딸기맛 마이쮸까지...


양보하기엔 너무 소중하고, 예쁘고, 맛있는 것들이다.


꼭 갖고 싶은 것, 너무 하고 싶은 것, 정말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사실 어른도 힘들다.


형제자매를 키우는 집에서도 자주 있을 것 같은 이런 상황은 공동육아 중인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하게 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 난감함을 느끼며 아이들을 중재하느라 온 에너지를 쓰게 된다.

양보하라고 설득도 해보고 둘 다 못 가지고 놀게도 해보았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아이들이 물건 하나를 가지고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쌍둥이인 우리에게 똑같은 색의 옷을 사 입혔던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에게 어릴 적 사진을 보며 '아무리 쌍둥이라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



'엄마도 우리에게 똑같은 걸 사줄 수밖에 없었겠구나.'하고 직접 겪어보니 이해가 됐다.



젊은 나이에 쌍둥이를 낳아 키우느라 빠듯한 형편임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이든 두 배로 드는 살림에 부모님은 몸도 마음도 빠듯한 나날들이었을 거다.


그러다 보니 옷이야 두 명이니까 두 벌을 사야 했지만, 우리는 한 개의 장난감을 함께 공유했다.

꼭 두 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든 한 개였다.


어릴 적 우리는 둘도 없는 쌍둥이 자매였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싸웠고,

결국 혼도 나고, 양보도 하고, 포기도 하고, 둘이 협상도 하면서 그렇게 물건을 공유했다.

네 것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J와 S에게도 자연스럽게 함께 가지고 놀도록 했던 것 같다. 어릴 적 나를 떠올리니 온전한 내 것이 있기를 항상 바랐다.



두 개씩 있으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든 두 개씩 샀다.


어차피 양쪽 집에 아이들을 위해 있어야 할 필수 물건이라면 같은 것으로 두 개를 준비하는 것이다.

선택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니 아이들도 덜 다투게 되었다.


핑크색 수저도 2개, 콩순이 인형도 2개, 사인펜 세트도 2개


두 개씩 네 개를 살 수는 없으므로 예를 들면 핑크색 컵은 쌍둥이 언니네 집, 시크릿 쥬쥬 마법봉은 우리 집에 두는 식으로 한쪽 집에 쌍으로 준비해둔다.


어쩌다 한 개만 있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아이들 눈에 띄지 않게 두거나 누구도 주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다투게 되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아이들에게 똑같은 거 두 개를 사준다고 해서 양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각자의 개성에 맞는 물건을 고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 나와 쌍둥이 언니도 개인의 취향이 생기면서 물건으로 싸우는 일은 커가면서 점차 줄어들었다.


공동육아를 하며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그 중심에 있을 순간은 앞이 안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동육아를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함께 머리를 맞대어본다.

지혜가 발휘되고 규칙도 생긴다.


아이들도 부모도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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