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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일기 Sep 01. 2024

구치소에서의 생활


X가 구치소로 이동했다. 그 사이 변호사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요청했다. X의 아는 지인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을 것. X가 상 받은 내역들을 찾아볼 것. 재직증명서, 국민연금가입내역서 등의 서류를 보낼 것. 그리고 X의 회사에 퇴사 통보를 할 것. 나는 친하다는 X의 친구들에게 연락해 X가 현재 지폐 위조 건으로 구치소에 있고 그로 인해 탄원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말했다. 그들은 물론 아연 실색했다. 멀쩡히 회사 잘 다니다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구치소에 있다니 그들은 모두 믿지 못했다. 모두에게 연락했지만 탄원서가 온 것은 단 두 장. 다들 꺼림칙스러워했다. 당연했다. 나라도 싫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두 장이라도 감지덕지했다. 그중 한 명은 나에게 문자 해서 '너무 무서워요.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다. 이해한다. 그분의 심정을.

회사의 친한 분께 소식을 알렸다. 퇴사 처리는 일사천리 진행되었고 월급 및 퇴직금까지 무사히 받아 집 보증금에 보탰다.


X를 만나기 위해 구치소로 갔다. 구치소는 경찰서 건물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세련됐었다. 한 여름이라 그런지 접견신청 창구에서는 에어컨 바람이 솔솔 나왔다. 신축 건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깔끔한 외관과는 다르게 경비가 삼엄했고 접견 장소로 들어가는 입구 부분부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둡고 침침했다. 접견은 토요일 하루, 그것도 단 몇 분만 가능해 나는 최대한 그에게 할 말을 정리하고 가야만 했다.


접견 신청을 하고 X를 만나 관련 내용을 알렸다. 오랜만에 본 X의 모습은 더 엉망이 되어있었다. 두 눈은 퀭해 초점을 잡지 못했고 말도 더듬었다. X는 탄원서가 두 장 도착한 것에 대해 별 반응이 없었다. 이미 예상한 듯했다. X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이혼해 주겠다고 하며 조만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단지 지금 구치소 생활이 너무 힘드니 시간이 날 때마다 접견을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X가 말하길 구치소 안은 너무 덥다고 했다.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 한대로 그 좁은 감방 안에서 여럿이 지낸다고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여러 명 죽어나간다고 했다. 다른 이들이 너를 괴롭히지는 않느냐고 물으니 의외로 사람들은 X를 잘 대해준다고 했다. X가 개발자 출신인 걸 알아서란다. 다들 몰래 X를 찾아서 먹을 것을 건네주며 도박사이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그들은 끼리끼리 모여 다음에 벌일 사기행각을 도모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참회하기 위해서 구치소에서 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모임을 만들려고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X는 최대한 그들과 거리를 두고 싶다고 했다. 자신은 그들과 다른 사람이니까.


X는 내게 늘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지폐 위조, 성매매뿐만 아니라 결혼생활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자기가 왜 그렇게까지 나를 못살게 굴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감내하고 잊고 덮고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X 역시 그것을 알았다는 것도.


나는 우리의 결혼생활을 차근차근 돌아보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Jennifer Gris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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