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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일기 Sep 01. 2024

시어머니의 끔찍한 아들 사랑


지난번 시어머니와의 통화 이후 우리는 연락을 끊었다. 아니, 그 이후로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그때 그 사건이 오히려 나에게 잘된 일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시어머니 또한 불쌍한 사람이었다. 내가 X의 뒤치다꺼리를 했다면 그녀는 그녀의 남편인 시아버지의 뒤치다꺼리를 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시어머니의 아들 사랑은 각별했다. 시아버지는 건축하시는 분으로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셨는데 집에 돌아오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호탕한 기질에 돈 씀씀이까지 있어 늘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여자도 많았다. 시아버지는 늘 바빴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늘 외로이 홀로 집을 지켰다. 그래서였을까. 첫째 아들 X에 대한 사랑이 끔찍했다. X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었다. X가 술에 취해 시어머니가 일하던 가게에 찾아와 유리창을 손으로 부셨을 때에도 그냥 넘겼다. X를 사랑했으니까. X는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졌고 다 이뤘다. 그러나 자신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까지 배우지는 못했다. X는 어머니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 


X가 시어머니에게 나를 결혼할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때를 기억한다. 시어머니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나를 탐탁지 않아 했다. 그녀는 X가 원하는 걸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를 좋아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원하는 걸 말하지 않는 그녀와 말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은 물과 기름의 만남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장난 삼아 X를 살짝 때려도 시어머니는 어디선가 달려와 왜 우리 아들을 때리냐고 불같이 화를 냈었다. X와 내가 둘이 여행을 간다고 할 때도 왜 둘이서만 다니냐고 유독 서운해했었다. 그녀의 요청에 의해 우리가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갔었을 때 시아버지와 시동생 둘이 배를 타고 그녀는 X와 둘이 배를 탔었다. 나는 혼자 탔다. 왜 그때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내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으로 시어머니에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X는 당시 나와 싸운 후 시어머니의 전화를 전부 거부했었다. 시어머니는 다시 나에게 전화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이실직고했다. X가 나에게 연락 하나 없이 새벽 4시까지 술을 먹다가 집에 들어왔다고. 우리는 그것으로 싸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시어머니가 X를 호되게 혼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예상과는 반대로 행동했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소리 질렀다. 남편이 아무 사고 없이 조심히 집에 들어왔으면 잘 들어왔냐고 어깨를 두드려주지는 못할 망정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냐고. 너 때문에 우리 아들 상처받았으면 어떡하냐고 짜증을 냈다. 당장 X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내가 사과를 해야 되는 걸까. 당시 나는 느꼈던 것 같다. 시어머니 앞에서는 정말로 말 조심해야겠구나라고. 실제로 시어머니는 내 모든 행동을 절대악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들인 X를 나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빨리 아이를 낳아달라고 했었다. 아이를 낳아 집에 데려오면 시아버지가 그 아이를 보러 더 자주 집에 들를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의 사랑과 아들인 X의 사랑을 갈구했다. 나는 끝끝내 시어머니와 친해질 수 없었다. 그녀는 평소 시아버지와 X에게 다소곳하고 어진 아내와 엄마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발생 후 비로소 그녀는 가면을 벗고 나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분노를 퍼부었다. 나는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X의 가족들보다 더 그녀의 모습을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한 때 나에게 단정하게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려야 된다고 했었다. 그것만이 남편에게 사랑받는 길이라고 가르쳤었다. 나 역시도 같은 직장인인데 그녀는 그것을 몰랐던 걸까. 그녀는 그런 식으로 살아왔었다. 자신을 외면하는 남편에게 사랑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었다. 그녀와 친해지진 못했지만 나는 이제 그녀를 동정한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 Nadine Shaa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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