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말 10

모르는 자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의9

by 퀘렌시아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머리말10, 드디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말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이제 겨우 머리말을 끝내는 건데요, 장장 아홉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차라투스트라로 들어가는 관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 본문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차라투스트라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을 때 정오의 태양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때... 머리 위쪽에서 날카롭게 우짖는 새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보라! 한 마리의 독수리가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공중을 날고 있고, 한 마리의 뱀이 그 독수리의 목을 감고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뱀은 먹이로서가 아니라 여자 친구로서 거기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 짐승들이다!" (민음사 번역)


"태양 아래서 가장 긍지 높은 짐승, 태양 아래서 가장 영리한 짐승." (민음사 번역)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짐승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임을 나 깨달았노라. 그런데도 차라투스트라는 위험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짐승들이 나를 인도해주기를! (책세상 번역)


"보다 현명해지고 싶다! 내 친구인 뱀처럼 현명해지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바람이다. 그래서 나는 내 긍지가 언제나 내 지혜와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동서문화사)


"언젠가 나의 영리함이 나를 떠나버린다면, 아, 영리함은 달아나기를 좋아하지! 그렇게 되면 나의 긍지 또한 나의 어리석음과 함께 날아가버리기를!" (책세상 번역)


이렇게 해서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을 시작되었다. (동서문화사 번역)


이 내용이 머리말 10의 전체 내용입니다.

하늘에 독수리가 날아다녔고, 독수리 목엔 뱀이 감겨 있었고, 그 둘을 보며 자기 짐승이라는 생각을 한 뒤, 그들의 자긍심, 그들의 지혜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뱀과 같은 지혜 없이 자긍심만 있는 날이 온다면 그 자긍심이 자신을 떠나가 버리기를 차라투스트라는 바랍니다.


자긍심과 지혜가 둘 다 중요하나, 지혜 없는 자긍심을 거절하는 차라투스트라입니다.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지혜롭지 않고, 때론 어리석기까지 하면서 자존심만 세우는 사람. 요즘도 이런 인물 유형은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어찌 됐든, 자긍심과 지혜가 함께 하는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여태까지의 차라투스트라의 모습을 보면, 자긍심은 정말 높습니다. 차라투스트라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단지 지혜에 대해 자신할 수가 없나 봅니다. 그 '나 잘난' 스타일의 차라투스트라가 이런 부분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런 부분에서 차라투스트라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낍니다.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솔직한 직면.


여태까지 본 차라투스트라는 섬세하고 여리기도 한 존재이지만, 이런 면에서 볼 때 내면이 강한 존재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인정을 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지요. 심리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하고 싶지 않아 '회피'를 곧잘 하지요.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직면, '지혜로움'이 자신에게서 떠나버릴 것에 대한 자신 없음과 불안함에 대한 내적 독백. 이런 차라투스트라의 모습이 건강한 자아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자아'는 '부족함이 없는 인간,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인간, 자신의 불안까지 인정하는 인간'이라 생각해요. 심리학적으로 볼 때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할 내적 강도가 있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잠시, 니체의 자서전에 해당하는 저서 《이 사람을 보라》의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한 번도 자기와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보지 못하고, '동등한 권리'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보복'이라는 개념도 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누군가 크고 작은 바보 같은 짓을 내게 하는 경우, 나는 그것에 대한 온갖 대비책이나 방비책도, 온갖 변호와 온갖 '정당화'도 스스로 금한다. 나의 보복 방법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영리함이 어리석음을 뒤쫓게 하는 것이다.

-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중에서 -


니체는 영리함, 지혜에 대한 애착과 동경이 매우 컸던 인물 같습니다. 영리함이 어리석음을 뒤쫓게 한다... 어떠한 보복보다 그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이지요. 한 번도 자기와 같은 사람과 살아보지 못했다고 인식하는 니체. 니체는 일반인과 같아지는 '동등한 권리'를 가져본 적도 없고, 일반인들이 하는 '보복' 같은 것도 해 본 적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소 챕터 제목 보세요.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입니다.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뿜뿜 높은 니체, 그 니체가 자신을 공격하는 일반인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방책은 바로 '영리함이 어리석음을 뒤쫓게 하는 것'입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머리말 10의 자긍심, 지혜 이야기와 니체의 자서전인 《이 사람을 보라》의 영리함 이야기가 같은 맥락의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수리와 뱀의 상징.

이 부분에서 니체는 일반적인 상징을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독수리는 새 중의 새. 하늘 높이 나는 무섭고 힘센 새. 기개와 높은 정신. 자긍심의 상징으로 쓰입니다. '영적이고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의 새'로 문학 작품 속에도 종종 나오지요.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등에도 영험한 능력의 독수리가 작품 속 중요 역할을 하며 나옵니다.


윤동주의 시 '간'을 잠시 볼까요?


간(肝)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려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하략)


여읜 독수리는 바로 시적 화자의 내면적 자아, 정신적 자아를 상징합니다. 여읜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 먹으라는 것은 인간의 자존감,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몸무림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중요한 일을 하는 대상으로 '독수리'를 설정했습니다. 참새도, 기러기도 아니라 '독수리'에게만 자신의 간을 먹도록 허락합니다. 정신을 키울 권한을 허락한 것이지요. 시적 화자가 아무에게나 그 중요한 일을 넘기지 않겠지요? 감당할 수 있는 존재, 그런 자격이 되는 존재에게 자신의 간을 쪼아 먹게 허락합니다.


독수리 얘기 하나만 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유독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네요.

니체가 반했던 여인 루 살로메. 그녀에게 구애를 할 때, 니체가 했던 말입니다.


"나는 홀로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사랑하는 한 마리 새, 루 살로메가 길 위로 날아갔습니다. 나는 그 새가 한 마리 독수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나는 주위에 독수리를 가지고 싶습니다. 자, 오십시오."


이 중요한 순간, 니체는 사랑하는 여인을 '독수리'에 비유합니다. 니체는 그 여인과 정신적으로 교류하며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싶어 했답니다.


그러니, 니체에게 독수리는 보통 중요한 의미가 아닙니다. 아주 특별한 것, 고귀한 것, 고매한 정신. 영적인 대상, 자존심과 긍지, 가장 동경하는 대상... 이런 의미였지요.


하지만, 자긍심만으로는 진정한 강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혜. 바로 지혜가 필요하다고 니체는 생각합니다. 영리함이 자신에게서 달아나면 긍지도 함께 없어져버리라고 말하는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독수리 목에 뱀이 몸을 감고 있다는 해괴한 형상. 이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상징입니다. 그 둘이 먹고 먹히는 관계로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이(연인)처럼 보인다는 설정, 둘이 서로를 필요를 하며 좋아서 함께한다는 것인데요, 자긍심에 목을 두르고 있는 그 뱀.


뱀의 상징은 무엇일까요? 뱀은 지혜, 치유, 생명의 탄생, 다산, 교활함, 사악함 등 다양한 상징을 지니고 있는데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말에 나온 뱀은 지혜의 상징이지요. 왜냐하면 차라투스트라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뱀의 지혜를 닮고 싶어 하니까요. 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참고로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이 책 중간중간 독수리와 뱀은 중요한 존재, 영적 위상이 높은 존재로 계속 나온답니다.


독수리의 긍지와 뱀의 지혜를 동경하는 차라투스트라. 그 상태로 계속 인간 세상에 머물 건가 봅니다. 왜냐하면 아래 구절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짐승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임을 나 깨달았노라. 그런데도 차라투스트라는 위험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짐승들이 나를 인도해주기를.

....

이렇게 해서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을 시작되었다.


이제, 긴 머리말의 여정을 끝내고 진정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본문을 다음 시간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라투스트라가 걷는 몰락의 여정, 함께 가 볼까요?


<한 줄 요약>

"태양 아래서 가장 긍지 높은 짐승, 태양 아래서 가장 영리한 짐승,

그대, 독수리와 뱀! 나의 짐승이여!"





저는 철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2년 동안 읽고도 내용을 모르겠어서,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강의 형태로 글을 써 보면 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아 시작한 매거진입니다. '철학, 오독(誤讀)일지라도 내 식대로 이해해 보기'를 위한 작은 시도이니 감안하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강의는 세 개 출판사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번역본을 비교하며 읽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번역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고요, 이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입니다. 한 책만 봐서는 이해가 잘 안 되어 세 권을 같이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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