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시든다.
작업실 공간에, 처음 시작의 기쁨을 느끼며 스스로 사다 놓은 꽃이다. 불과 며칠 만에 시들었다. 이 꽃의 모양을 보는데, 가슴이 짠-------하다.
이 둘의 차이가 가슴 먹먹하다.
보통 때라면, 꽃이 원래 시들지. 꽃이니까. 그러고 말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래 사진의 시든 꽃 모양도 너무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그 자체로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장면을 작품으로 간직하는 나.
그리고 또 다른 나는... 눈물이 난다.
어머님이 위독하시다.
사람의 젊음, 늙음. 순리대로 그 길을 가는 것일 수 있겠으나, 마음이 아프다.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년.
사람의 명이 다 끝난다는 것, 안다.
명이 사그라질 때의 그 힘없음. 그 생명의 잦아듦을 안다.
밥을 못 먹고, 말을 못 하고, 기운이 없고, 잠만 자고...
그 모든 과정을 안다. 알아.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낮에는 이성이 돌아서 종합병원에서 퇴원하시면 요양 병원으로 모셔야 하나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셔야 하나
여기저기 정신 차리고 알아보지만
지금 이 시간.
밤이 되니 가슴이 짠하고 눈물이 난다.
이 시든 꽃...
이 꽃이
다른 날 봤을 때는
금방 시드네. 예뻤는데... 지금도 뭐 예쁘네...
였는데...
지금 이 밤에 보니
눈물이 난다.
이 시드는 모습이
초연하고 아름다운 건 사실이나
내 마음에 슬픔이 올라온다.
삶과 죽음을 내가 어찌하겠어. 하지만, 김치를 봐도 어머님 생각이 나고, 핸드폰 갤러리에 아이들 보고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지으시는 모습을 봐도 눈물이 나고, 어머님이 아무것도 안 드신다고 어쩔 줄 몰라하시는 아버님 목소리를 들으면 또 눈물이 난다.
이 글의 제목은 순리이다. 순리.
순리를 받아들이는 일은, 고통이 필요하다.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덜 힘들 수 있으나, 오늘 또 느끼는 건 순리를 아들과 며느리는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
난 낮에는 이성이 작동한다. 문득문득 먹먹해지는 순간이 있으나, 어머님 관련 병원, 요양 관련 업무 처리를 해야 할 때는 냉정하다. 조용히 혼자, 가만히 있을 때 이렇게 감성이 올라와 눈물을 흘리며 글을 쓰기도 하지만 말이다.
남편은 매 순간... 이성이 작동하기 힘들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니까... 정말 가슴 많이 아파하며 힘들어한다. 순리? 이런 거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순리를 받아들이는 시늉이 낮에는 되나, 남편에게 지금 그걸 요구할 수는 없다. 많이 힘드니까.
그냥 그냥...
때를 견디며 보내고 있다. 간절히 바라며 보내고 있다.
이 글을 가족들이 안 봤으면 좋겠다. 난 글로라도 쓸 수 있는데, 남편이나 아이들은 이런 글조차도 너무 이성적으로 보여서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날 오해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 마음을...
밤에 잠시 이 작업실에 왔다.
이 꽃을 보니.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어머님
어머님...
힘드시지요. 어머님...
난 그래도 꽃도 보고, 작업실도 오고, 좋아하는 손흥민 축구 경기도 본다.
내가 못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난 그럴 수 있다.
그이는 정신없이 핸드폰 게임 버튼을 누르고, 멍하고 책장을 넘기고, 잠도 일찍 잔다.
그이가 못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슬퍼서... 그런 거 다 해도 머~~~ 엉하다.
그게 아들이 엄마의 안부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일상적으로 보이는 슬픈 모습.
남편의 아픔이 느껴진다. 남편 마음속 어린아이가,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진다.
두서없고 누구를 위한 글도 아닌 이 글
날 위해 기록하다.
내 삶의 기록이다.
최근에 읽고 있는 『작가의 시작』이라는 책에서 내가 얻은 배움의 실천이다.
날 오픈해 보려 한다. 그 책을 읽으며,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진짜 작가 말이다. 작가 시늉 말고 말이다.
자기를 까발릴 줄 아는 사람이 작가라는 것. 그 책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울림이다.
그동안의 글쓰기에서, 난 나를 오롯이 오픈하지 않았다.
불편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 걸음마를 걸어보려 한다.
나를 내보이는 작업.
이 작업실에서 해 보려 한다.
편히 막 쓰라는 얘기도 있다. 이건 내가 즐겨하는 일이라 술술 쓸 수 있다. 다른 분들은 다듬고 다듬고 고민하여 작가의 서랍에 많은 글들이 있다는데, 난 그냥 올린다. 이게 편하고 좋아서 말이다. 그러니, 술술 막 쓰는 건 잘할 수 있다.
휴.....
꽃은 시든 대로 아름답다.
임윤찬의 모차르트 연주를 들으며 글을 적다.
2023.03.30. 목.
밤 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