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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28. 2024

성향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

초파리 잡는 상자곽. 1천 원이다. 아들이 다이소에서 샀나 보다. 집에 초파리가 많다고 며칠 전에 한두 번 얘기하더니 오늘 아침 이걸 조립해서 설치한다. 음식물 쓰레기 앞에 떡 하니 올려놨네. 지 돈으로 이걸 샀어? 초파리가 이렇게나 싫어? 나한테 물으면 여름엔 원래 초파리가 잘 생겨. 이걸로 끝이니까. 두 번 얘기할 때 난 두 번 이렇게 대답했지. 짜식. 지가 답답하니 방법을 찾는구만. 아들이 지가 산 세탁기망을 며칠 전부터 찾는다. 할머니가 어디로 치우신 것 같은데, 자꾸 나한테 묻는다. 난 바쁘고 지 세탁망을 우리 엄마가 어디 뒀는지 물으러 전화할 만큼 나한테는 그게 급한 일이 아니라 그냥저냥 넘어갔지. 오늘 아들이 세탁망을 또 찾는다. 이 세탁망이 왜 필요하냐면. 지가 새로 산 티셔츠. 이 두 벌을 세탁망에 넣어서 빨려고 그러는 거다. 한 달 전에 옷 두 벌 사 줬다. 지가 골랐고 난 돈만 대 주었다. 그 뒤 그 옷 두 벌은 아들이 빨고 아들이 널고 관리한다. 건조기에 넣으면 옷이 쪼그라든다며 지가 손빨래 하고 건조대 펼쳐서 말리고 한다. 그 옷 두 벌을 그냥 세탁기에도 안 넣고 세탁기망에 넣어서 빨고 싶어서 샀나 보다. 아들은 다이소를 좋아한다. 며칠 전엔 다이소에 가서 빨래통을 사 왔다. 내가 아니라 아들이 말이다. 아까 말한 그 옷 두 벌, 그것을 빨 때 깨끗한 플라스틱 대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냥 세면대에 빠는 건 찝찝해서 싫은가 보다. 아들이 참 별나다. 유통기한이 넘은 음식은 완전 쳐다도 안 본다. 아주 들들 볶는다. 나를. 그래도 요즘은 좀 컸다고 지가 필요한 대로 빨래도 하고, 빨래 도구도 사고, 나한테 빨래 깔끔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아서 편하고 좋다. 이런 면은 남편을 닮았다. 아주 좋은 점이다. 날 귀찮게 하지 않는다. 음식 유통기한 잔소리 할 때는 아주 날 들들 볶아서 매우 힘들고 피곤했었는데, 이제 유통기한 찝찝한 건 지가 안 먹고 말기에 날 볶지는 않아 좋다. 예전엔 온갖 잔소리를 해댔는데. 아들이지만 내 아들은 참 깔끔남이다. 지 방은 깨끗한가 하면 그건 전~~~~~혀! 아니다. 일관성이 없다. 뭐, 삶이 뭐 일관성으로 다 이루어진다면 정말 피곤하지. 다행이다. 아들이 그런 것에 일관성이 있으면 나도 피곤하고 나중에 지 색시도 피곤하고 할 텐데. 다행이다. 아들은 아빠랑 김치도 담근다. 난 엄두도 못 낼 일. 두 남자는 꿍짝이 잘 맞는다. 참 신기하게도 어쩜 이런 면을 닮았을까? 딸은 전혀. 전혀. 전혀 김치 같은 것 담글 마음이 없는 아이이다. 뭘 해도 지가 하는 걸 귀찮아하는 아이이다. 딸은 나와 닮은 면이 많은 애다. 난 지금은 그리 게으르다고 생각되지 않으나, 딸은 현재 내가 보기엔 좀 게으르다. 게으름뱅이이다. 게으름뱅이 소가 생각난다. 딸이 들으면 째려보려나? 지도 할 말은 없을 거다. 게으름뱅이 맞으니까. 그래도 딸은 나랑 참 친하다. 둘이 꿍짝이 잘 맞는다. 그러고 보면, 아들은 아빠를 닮아 둘이 김장도 하고, 딸은 나를 닮아 둘이 태권도도 한다. 넷이라 다행이다. 둘둘 짝이 맞으니 말이다. 요즘은 넷이 모여도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다. 아들과 딸이 참 세~~~ 하다. 현실 남매라는 말, 얘네들 때문에 알게 됐다. 내 딸과 아들은 현재 현실 남매 상태이다. 둘이 어렸을 때는 싸우기도 많이 해도 항상 같이 붙어 다니고 같이 놀고 했는데. 내가 직장 때문에 애들을 떨어뜨려 키웠을 때에도 얘네 둘이 꼭 붙어서 할머니네, 우리 집, 세트로 둘이 같이 다녔었는데. 그 둘이 그때도 뭐 사이가 아주 좋은 사이는 아니었어도. 애기들이 그렇지 뭐. 나긋나긋 사이좋은 오누이 사이 없지 않나? 우리 애들은 딱 그랬었는데. 그래서 보기 좋았었는데. 지금은 거의 남남 상태이다. 엄마로서 좀 마음이 안 좋다. 둘이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다. 다 때가 그래서 그러련 하면서도 그래도 이 세상 둘이 서로 챙기며 사이좋게 살았으면 좋겠네 하는 마음, 자꾸 든다.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배운다. 내 자식이 서로 우애가 있음 좋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들이 서로 우애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갖게 되는 것 같다. 당연하지. 내 아이 둘은 서로 성향이 다른 면이 있지만, 둘이 내면은 좀 닮은 것 같다. 섬세하고 감성적이고 여리고 정이 많고. 요 정도. 지금은 현실 남매지만, 10년 후? 20년 후엔 서로 알뜰살뜰 챙기는 오누이가 되어라. 엄마의 바람이다. 딸은 오늘 친구네서 파자마를 한다. 아들이 묻는다. 누나 오늘 파자마야? 이것 묻는 것만 해도 아주 기특하다. 누나가 밤에 집에 있나 없나 관심도 없고 묻지도 않으면 거시기한데... 다행이다. 오늘은 주방 일을 많이 하여 좀 힘들다. 초파리 잔소리 한 아들. 아들, 나도 초파리 싫거든. 그래서 싱크대 대청소를 했다. 락스 빡빡. 수세미 다 삶고 소독, 가스레인지 소독. 이것만으로도 주방에 서서 한참을 있었다. 에고고. 발바닥이 아프다.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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