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by 퀘렌시아

오늘 아침 뉴스를 봤다.

어느 동물 병원의 만행에 대한 기사였다. 야간 진료 때 강아지들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자는 담당 수의사의 행태, 또 손님들 행색을 보고 이것저것 진료를 유도하는 것에 차등을 두는 그 병원에 대한 이야기.


동물을 안 키우는 내가 봐도 화가 나는데, 동물과 한 가족으로 사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얼마나 눈이 돌아갈 기사인가? 당장 내 직장 동료가 떠올랐다. 이분의 유일한 낙은 개. 모든 것이 개로 통한다. 이름 지은 것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마음에 드는 동물 병원을 찾아 삼만리 한 경험을 듣고 새로운 배움을 얻었었다.

'헉..... 정말, 개와 같이 사는 건,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니구나. 이분들에게는 이게 진짜 삶이구나.


아침 일찍부터 동물 병원 앞에 가서 줄을 선다고 했다. 어떤 엄마들은 스타벅스 무슨 의자를 가져다가 앉아서 기다리기도 한단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자기 뒤에 뒤에 온 분이, 안성에서 개를 대중교통 이용해서 데려왔더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좋은 병원 데려와 의사 선생님이 보게 하고픈 그 마음, 개 키우는 사람들 마음은 같아서, 그분을 제일 먼저 보게 했단다. 새벽부터 미리 와 있던 사람들도 다 양보를 했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도 사람이지만 그 개가 안쓰러워서 그랬다고 하셨다. 그 먼 곳 안성에서 오다니.


그런데, 그런데. 그런 그들이, 오늘 아침 뉴스를 봤다면.... 정말 하루 종일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 있을 것이다.

나야 개, 고양이 이런 동물들을 못 만지고 가까이도 못 간다. 하지만, 얘네들이 주는 위안과 따뜻함이 무엇인지는 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아주 잘~~~ 알고 있다.


개만 보면, 가던 길도 한참 돌아서 가던 내 친구. 얜 이제 개 없인 못 산다. 지금은 둘이 산다. 처음엔 어머니, 아버지, 내 친구, 개랑 같이 살았는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랑 개랑 친구랑 살다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젠 개랑 내 친구만 산다. 그러니, 이 개는 내 친구에게 전부이다. 가족이다.


전문직 내 친구. 돈도 엄청나게 많이 버는데, 저번에 진지하게 얘기한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으면 초코한테 유산 주고 갈 거야. 초코 키워 줄 사람에게 양육비 넉넉히 주고 갈 거야."

음.... 그렇구나. 그래. 내 친구와 개의 교감 정도를 알기에, 그러련 한다. 내 친구가 개와 가족으로 살기 전, 한 10년 전 즈음인가 내가 읽은 책에서 개 화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돈을 꽤 주고 개 화장을 하고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는 얘기가 실린 책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런 얘기는 책에 실릴 만큼 '놀라운', '과한'얘기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몇 년 안 되어 그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개를 안 키우는 내가 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이니까.

가족으로서의 개 말고도, 가족으로서의 고양이도 꽤 많다.


지인 중에, 정말 고양이 엄마인 분이 있으시다. 이분을 통해 들은 가장 놀라운 얘기, '고양이 임플란트' ㅋㅋㅋㅋ.

이쪽 분야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정말 너무 놀랍고 웃긴 얘기였다. 고양이가 시름시름 앓아서 병원 데려갔는데,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단다. '임플란트'까지 사람과 같이 사는 동물들도 해당하는 일이 된 오늘의 삶.


개와 인간, 고양이와 인간의 교감이 참으로 오묘하다.


올 초, 내가 읽은 첫 책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무무』였다. 주인공 게라심과 개와의 교감이 정말 진한 감동으로 와닿은 작품이었다. 정말 최고! 어제 읽은 기 드 모파상의 『헤픈이 양』에도 프랑스아라는 인물과 '헤픈이'라고 불리는 개와의 놀라운 일화가 나온다. 참고로 두 작품 모두에서 개들은 주인에 의해 죽게 된다. 프랑스아는 그 뒤 미친다.


정 주고 키우던 동물을 죽게 한 사람은 그 죄스러움으로 스스로 미치게도 된다. 동물은 그냥 동물만은 아닌 것 같다. 분명,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생명체이기에 교감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고로,

"동물한테 그러면 안 돼요. 밤새 아픈 개들, 야간 수의사가 나 몰라라 하면 안 되지요."


그저께는 니체가 말 껴안고 미친 얘기를 했는데, 오늘은 프랑스아가 개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고 미친 얘기를 하게 됐네.


이만, 오늘의 글감은,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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