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도움

아빠와의 추억

by 퀘렌시아

몇 년 전 일이다.


81세 우리 아부지가 돌아가시기 전, 대학병원 완화병동에 입원해 계셨다. 오늘내일하고 계신 노인, 우리 아부지는 그 병원을 좋아하셨다. 간호사 분들도 정말 정말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셔서 가족인 우리는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그분들께 감사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완화병동은 일정 기간 입원해 계셨었으면, 즉 그 사이 돌아가시지 않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병원으로 가셔야 한다고 했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법이 있겠지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루 기회가 돌아가게....


정말 정들었던 그 병동을 나와야 하는 우리. 마음이 참 무겁고 속상했다. 아부지가 병원을 옮겨야 하는 그날, 난 엄마, 아빠 옆에 같이 있었다. 그날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나에게 금쪽같은 하루 휴가가 주어진 날이었고, 그래서 다행히 내가 우리 아부지 병원 옮기는 걸 맡아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부지 병간호로 지치고 지친 우리 엄마. 엄마는 아부지에게 꾸중도 자주 하시고, 잔소리도 많이 하셨다. 물론 알뜰살뜰 챙기는 것도 잘했고 말이다.


그날은, 완화병동에 이동 환자가 많은 날이었다. 완화병동은 한 방에 환자가 2명씩 있었고, 그런 병실이 한 7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날따라 간호사들, 요양 보호사님들이 정말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부지는 이제 119 시트에 옮겨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병동을 나가기 직전의 정신없는 그때 아부지가 작은 목소리로, 찡그리는 얼굴로 말씀하셨다.


"똥이 마려워, 똥이. 똥이 누고 싶어."

엄마는 이 소리를 묵살해 버리셨다.

"무슨 똥. 참아요. 이제 막 나갈 거예요. 봐요. 다들 바쁘잖아요."


아빠의 청을 묵살하는 엄마, 피곤에 지친 엄마 특유의 남편을 대하는 짜증을 보며 우리 아부지가 너무 안되어 보였다.


"선미야, 아부지 똥 마려워."

"아빠, 어떻게 하지? 진짜 마려워? 잠깐만"


이렇게 말하고 나는 복도로 나가 간호사들, 요양 보호사들 상태를 살폈다.

상황은... 아, 그들은 정말 너무 바빠 보였다. 보통 이렇게까지 바쁘지 않은데... 정말 웬일인지.


보통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 가족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순간 이렇게 옆에 없는 간호사들을 보면 화를 내거나 불쾌한 감정을 느낀 얘기를 한다. 내가 본 경우, 읽는 경우엔 그랬다. 하지만, 우리가 있던 그 완화병동은, 정말... 그분들은 온 정성을 다해 심으로 우리 아부지, 또 다른 어르신들을 대하는 분들이었기에, 우리가 그들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 그들이 우리 곁에 없었다 해도, 단 1퍼센트도 노여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어쩐다... 어쩐다... 우리 아부지 어쩐다...

그때 엄마는 다른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셨고, 아부지랑 나만 있게 된 상황이었는데 누구라도 잡고 얘기를 해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장 젊고 친절한 간호사가 그날 근무였다. 가서 다급한 사정을 말했다.

"저희 아버지가 용변이 급하시다는데.... 어떡하죠."


그 완화병동에선 보호자가 없어도 환자의 가래 뽑기, 용변 처리, 식사 도와주기 등 환자의 수발 일체를 간호사와 요양 보호사께서 해 주는 곳이었다. 그만큼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환자들이 순번 대기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완화병동 복도는 새로 들어오는 환자, 나가는 환자의 침대 이동으로 매우 정신이 없었다. 그날은 정말 무슨 날이었나 보다. 아주 드문, 너무 정신없는 상황.


간호사 : "아, 그러세요? 아, 잠깐만요..~~~~~~~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무슨 상황 설명)."

나: "아, 그렇지요. 바쁘시지요. 아, 근데 아빠를 제가

해드리기엔.... 아..."


옆에서 아빠가 싫다고 손을 내저으신다. 아빠는 내가 아빠 용변을 해결하게 직접 돕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두 번, 세 번, 싫다고 손을 저으셨다.


간호사 : "아, 아버님,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해 드리면

되지요. 제가 지금 해 드릴게요."

아가씨 간호사가 혼자, 우리 아부지를 데리고 병실 내 화장실도 들어가려 한다.

나 : "어...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간호사 : "(활~~~짝 웃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네, 괜찮아요. 저 힘쎄요."


아부지는 그때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손도 안 저으신다. 그저 화장실 들어가시기 전까지 매우 찡그린 표정으로 힘들어하셨다.


가슴이 미어졌다. 아, 정말, 우리 아부지 똥 마려운 거, 그냥 보는 게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는데... 그 간호사 분이 해결해 주신 거다.


몇 분 뒤 아부지는 편안한 표정으로 이동식 침대에 누우실 수 있었다.


아부지 말 무시하고 그냥 내가 모시고 들어가지 그랬냐고 누군가 말을 한다면,

"오~~~ 노! 우리 아부지의 자존심이 있는데요. 그리고, 저도 아부지와 격을 지키고 싶어요. 선을 웬만하면 끝까지 넘고 싶지는 않아요. "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우리 아부지에게도 인간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자존심이 있는 거고, 나도 딸로서 지키고 싶은 경계가 있는 것이다. 난 아빠의 부인이 아닌데, 내가 어떻게 아빠 용변까지 처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럴 땐 정말 남이 낫다. 남이.


그 남이라 부를 수 있는 그분.

나와 우리 아빠의 천사.


지금도 그때 일, 똥 마려워 괴로워하던 우리 아부지, 그리고 그 천사 같은 간호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내가 여태 인생을 살며 가장 큰 선의의 도움을 받았던 일이다. 그날의 일은.


우리 아버지는 그 병동에서 퇴원하는 환자였고, 그분들은 그날 너무 바빴고, 우리 아부지 용변 처리 돕기가 그 간호사 혼자의 일도 아니었건만... 그분은 정말 웃는 얼굴로 우리 아부지를 혼자 마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아부지가 작게라도 말씀을 하실 수 있으셨을 때이다. 말로 표현하신 그 불편을 해결해 드리지 못했다면. 아부지의 자존을 지켜 드리지 못했다면, 난 지금도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평생 그 순간이 생각나며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아부지가 똥을 못 누시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셨다면,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혹시라도 이동 중인 구급차에서 실수라도 하셨다면 그 또한 우리 아부지를 얼마라 괴롭게 했을까? 딸의 손을 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아부지의 의사를 무시하고 내가 무지막지하게 아부지를 모시고 화장실을 갔다면? 그 또한 아부지에겐 상처이고 내 마음에도 죄스러움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 간호사님께서 이 모든 괴로움을 한 번에 해결해 주신 것이다. 용변감 때문에 괴로운 우리 아부지나, 옆에서 잔소리하시던 우리 엄마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타까워하던 딸인 나나, 이 모든 사람에게 큰 선행을 해 주신 그분.


정말 고마우신 분.


아직도 가끔 그때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난 조용히 마음속으로 그 간호사님께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그분의 안녕과 평온을 기원한다.


고마워요. 간호사님.

평생 못 잊을 거예요.


당신은 우리 가족의 천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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