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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22. 2021

해님과 달님

시 한 편 감상

해님과 달님


저 하늘의 해님과 달님은 오늘도 이 세상을 비추시건만 어찌해서 우리 님은 나를 옛날처럼 대해 주지 않아요 어찌해야 님의 마음 잡을까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저 하늘의 해님과 달님은 오늘도 이 세상을 비추시건만 어찌해서 우리 님은 나를 좋아하지 않나요 어찌해야 님의 마음 잡을까요 내게는 말도 하지 않는데


저 하늘의 해님과 달님은 오늘도 동녘에 떠오르시건만 어찌해서 우리 님은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나요 어찌해야 님의 마음 잡을까요 당신을 잊을 수가 없는데


저 하늘의 해님과 달님은 오늘도 동녘에 떠오르시건만 날 낳으신 아버님 어머님 그이는 끝까지 나와 살지 않겠대요 어찌해야 님의 마음 잡을까요 내게는 못된 짓만 해대는데


                                                                                 <출처 : 심영환 해설, p60, 홍익출판사 [시경]>




여인의 목소리다.

해님과 달님은 한결같이 세상을 비추시건만, 나의 님은 날 바라보지도 비추지도 않는다는 얘기.

내 님은 하늘의 해님과 달님과 같이 높고 귀한 존재인데, 그 하늘의 해님과 달님은 계속해서 세상을 바라봐 주고 비춰 주는데, 왜 내 님은 한결같지 않을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인. 어머님과 아버님을 불러 보건만, 답은 없을 것이다. 님은 그냥 날 안 쳐다보기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나와 살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네. 그리고 못된 짓만 나에게 해대고 있다고 하니... 여인의 고달픔과 슬픔이 느껴진다.


이 님은 연인인 님이 아니라 남편인 님 같다. 산다 안 산다 얘기, 못된 짓을 한다는 얘기, 부모님까지 불러가며 자신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 보면 말이다.


여인의 삶. 그 답답함과 슬픔.

'어찌해야 님의 마음 잡을까요'라고 묻고 있지만

답은 없을 것이다. 내 마음도 잡기 힘든 걸, 나에게 마음 뜬 그 님의 마음을 어찌 잡을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 마음이 어찌 방향을 잡을지는. 단지, 이 여인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 답은 안 보인다.


그 님, 당신의 마음은 어디로 간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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