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열어가는 새로운 국면

엄마는 결국 일을 내려놓나

by 담담

S병원 소아심장과에서의 충격적인 진료 후, 2025년 6월 19일. 드디어 A병원 진료날이 되었다. A병원 진료 예약이 빨리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을 네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며 울며 보냈다. ‘울어야지!’하고 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눈물이 쏟아졌다. 진료는 오후 3시 50분이었지만, 혹시라도 늦을까 두려워 우리는 12시 즈음 A병원에 도착했다. 등록을 마친 뒤 푸드코트에서 같이 밥을 먹고 서점을 구경했다. 자주 오게 될 곳이라는 생각에 얼른 이 장소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오후 3시경 우리는 소아심장과의 초진 인터뷰실에 들어갔다. 너의 배경정보에 대한 질문들을 하셨는데 질문들 중에는 왜 S병원에서 진료를 봤는데 이 병원으로 또 왔는지에 대한, 내원 목적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 "더블 체크 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하면 될 것을 순간 또 화가 나서 굳이 엄한 사람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을 길게 이야기했다. 나 혼자 폭풍 같았던 초진 인터뷰를 마치고 진료를 기다리는데 진료는 1시간 이상 지연이 되었다. 너는 계속 병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고 너를 달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나는 빠른 시일 내에 진료를 보게 됨에 감사했다.


A병원에 도착한 지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비슷했지만, 설명은 달랐다. S병원 소아심장과보다 훨씬 자세히 살펴주셨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소아의 대동맥이 커졌다고 해서 바로 터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심장대동맥이 터질 수 있는 것인가 하며 막연한 공포에 시달렸던 내게 그 말은 큰 위로가 되었다. 또한 S병원 소아심장과 진료를 계속 봐도 좋고 여기서 진료를 볼 경우 f/u 주기를 4개월로 하자는 제안에, A병원 진료도 볼 것이라고 바로 말씀드리며 그나마 더 안심할 수 있었다. 6개월 뒤에 오라는 S병원보다 짧은 주기였기에, 너의 상태를 더 면밀히 살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실을 나오며 나는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했다. 네가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미 주어진 현실이라면 너의 질환 진행 속도보다 한 발 더 앞서있겠다고. 큰 위기가 오기 전에 막아주면서 키우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에는 깊은 자책감이 또다시 밀려왔다. '왜 소아 심장 초음파를 S병원에서 잡아주는 대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진작에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였다. 너에게 더 좋은 선택을 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과정이 너를 위한 것이었지만, 때로는 나의 부족함 때문에 너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아닌지 자책했다. 너와의 여정은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A병원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 현재의 근무 형태로는 너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너의 건강과 나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는 직장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선임 선생님께서는 우선 너를 많이 걱정해 주심과 함께 퇴사의견을 최후의 보루로 둘 수 없냐고 말씀하셨다. 이후 여러 차례 조율 끝에 오전 근무만 하기로 하면서, 완전히 일을 놓지 않고 너와 함께할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한 선택은 없을 테니, 이것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선택은 우리 삶을 지켜낼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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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너의 돌잔치 날.

너는 돌잡이에서 야구공을 잡았어.

멋진 스포츠 선수가 된다는 것은 곧 건강하다는 뜻일 테니까!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돼.

그저 항상 건강하고, 많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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