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불안 사이
그로부터 며칠 후, 만삭 사진을 찍었다. 너는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지 무럭무럭 자라 육안으로도 배가 급속도로 나오게 되었고, 거울 속 내 모습은 얼핏 봐도 만삭 임산부였다. 곧 만날 너를 생각하면 설렘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막연한 불안감도 함께 찾아왔다. '혹시 정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건강하게 태어나 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만삭 사진 촬영을 위해 너의 신발 같은 소품들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귀엽고 네가 사용할 소품들을 만지면서도 '건강하게 태어나고 잘 자라서 이걸 신고 걷고, 갖고 놀 수 있겠지?' 하는 불안함이 이따금씩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만삭 사진 속에서 너의 입체 초음파 사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괜찮을 것이라고 다시금 마음을 다 잡았다.
너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계속되었다. 예정일 두 달 전, 친정집 2층으로 이사를 했다. 출산 후 복직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는데, 이사를 하게 되면서 너를 위한 아기방이 생겼고 그 방을 꾸미는 과정이 큰 설렘을 안겨주었다. 작은 방에 아기 침대를 놓고, 너의 옷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너와 함께 할 새로운 시작을 꿈꿨다. 너와 함께할 미래를 상상하니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막달 검사를 받는 날이 되었다.
"대동맥이 여전히 큰데, 출산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고 잘 먹고 잘 쉬어요."
의사는 여전히 너의 대동맥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미 몇 번 들었던 이야기였고 아는 이야기였지만, 막달이 되어서도 여전하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이 찜찜했다. 그래도 출산 후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나는 너를 믿었고, 우리에게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했다.
막달 검사 2주 후 병원에서 마지막 진료를 보았다. 너는 그 2주 동안에도 쑥쑥 자라 있었다. 자연분만은 힘들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고민하지 않고 제왕절개를 결정했고 5일 뒤로 출산 날짜를 잡았다.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구나.'
너를 만날 생각에 설렘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도 함께 커져갔다.
'혹시 그전에 양수가 터지면 어떡하지.', '계속 거론되는 대동맥 문제는 정말 괜찮을까.' 모든 것이 미지의 영역이었다.
나는 매일 밤 너에게 말했다.
"건강하기만 하면 돼. 건강하다고 해서 공부 이런 거 막 시키지 않을 거야. 그냥 건강하기만 하면 돼."
가끔씩 나의 말이 끝난 후, 네가 나중에 말을 바꾸면 안 된다는 듯이 뱃속에서 움직일 때면,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불안감은 기대감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지만, 그래도 너를 만날 기대감과 엄마가 된다는 설렘이 더 환하게 비쳐서 그 그림자를 조금씩 밀어냈다. 다시 돌이켜봐도 너와의 만남을 준비한 시간은 설렘과 불안이 묘하게 공존하는, 내 인생에서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2023년 10월. 우리 셋의 얼굴이 처음으로 같이 담긴 날.
건강하게 태어나주기만 하면 돼.
나와서는 엄마랑 아빠, 그리고 너를 기다리는 많은 가족들이 너를 지켜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