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이별을 배우는 중입니다.

by 담은

이별은 갑자기 단칼에 베어버리듯 오는 게 아니었다.

이별은 먼지처럼, 들키지 않게 쌓여가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었다.


함께 마시던 커피의 향이 흐릿해지고,

건네는 말이 자꾸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예전보다 반 박자씩 늦게 전해졌다.


밤이 되면 창문사이로 바람이 스민다.

그 바람 속에 너의 목소리가 실려있고,

잊은 줄 알았던 표정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움이 아니었다.

이별의 예감이었다.


이별은 준비한다는 것은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없는 것이었다.

대화를 줄이는 게 아니라

침묵이 더 많은 의미를 말해주는 것


너의 사진을 바라보고

낡은 서럽 속 깊숙한 곳에 넣는 밤.

핸드폰 화면을 끈 채,

너의 이름을 몇 번이고 혼자 불러보다가

마침내 감정 없이 너를 보낼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


마음이 점점 말라간다.

햇살은 여전히 환한데

내 안의 빛은 사라진 것 같다.

계절은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나만 겨울에 멈춰 선 기분이다.


그래서 이별은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게 괜찮은 척 하루를 견디고

너 없는 자리에 나를 조금씩 적응시킨다.


이별을 준비하는 건,

너 없이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내 마음에 다시 등을 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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