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에 남은 말들.

by 담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너의 눈동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웃음 대신 살짝 올라간 입꼬리.

그러나 미세하게 흔들리던 눈동자는 끝내 숨기지 못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너의 눈동자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맑은 물처럼 떨리던 그 시선.

너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도 흔들렸다.


눈동자는 거짓을 말하지 못했다.

애닮픔, 미안함, 망설임, 체념, 미련까지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감정들이

네 눈동자에 투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한마디라도 꺼내면,

너의 마음이 그대로 흘러내릴 것 같아서.


그날 이후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

너의 눈동자가 내게 선명하게 살아있으니까


분명 이별을 말하면서

말없이 애달프게 떨어지던 눈동자.

그래서 더 아팠던 순간.


너의 젖은 눈동자가

내 눈동자에 각인되어

어느새 나의 표정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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